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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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90 은퇴란 없다”

2007-05-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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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현역판사 샘 버브릭
120명 법조인들과 생일파티
일하는 즐거움 강조

LA카운티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최고령 판사 샘 버브릭이 15일 90세 생일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사전에는 은퇴란 없다.
75세 나이에 이미 한번 은퇴를 했다가 일터로 되돌아온 그는 “어디에서도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일은 판사직이기 때문”이라고 은퇴거부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직장인 카운티 수피리어 법원 형사법정에서 열린 90세 생일파티는 그의 은퇴를 앞둔 고별성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래 일하겠다는 다짐의 장이 됐다.
90세라지만 우선 깨끗하고 샤프한 외모 때문에 20년이나 30년은 젊어 보이는 그는 120여명의 판사들과 변호사, 검사들과 직원들이 가득 모여 생일축하 파티에서 “일하는 것보다 즐거운 것을 없다”며 절대 자진해서 사표를 낼 일은 없다고 강조해서 폭소를 이끌어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육군에 입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등 6년을 복무한 후인 33세부터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템플과 브로드웨이의 법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주로 마약범죄자와 살인자들의 변호를 주로 맡다가 1972년 종신직 커미셔너 판사직에 임명됐다.
그후 20년 동안 그는 약 600여건의 마약 살인 등의 형사재판을 주재했고 피고인 입장을 두둔하는 변호사들에게는 악명 높은(?) 훈계판사가 됐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말대꾸하는 변호인을 그대로 두지 못하며 끊임없이 꾸짖는 판사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종신직이지만 그는 아내와 시간을 많이 갖겠다며 75세에 은퇴를 했다. 세계 일주도 했지만 결혼 50주년을 두 달 앞두고 아내가 뇌암으로 타계했다. 즉시 그는 현역으로 다시 컴백했고 그 이후 14년 동안 법원 건물 직원 중 가장 먼저 출근하는 성실함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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