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수교육 알아보기

2007-05-0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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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교수

“엄마, 고맙습니다”

자고 일어나자 종아리가 무척 아린 듯하며 둔한 통증이 있다. 눈을 비비고 뭔가 들여다보니 메추리 알만한 게 물집이 잡혀 있다. 밤에 이불 속에 넣고 자던 보온통에 다리가 닿아 심한 화상을 입은 것이다.
아무리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도 살이 점점 검게 죽어가더니 어느 날인가 껍질이 떨어졌다. 속살이 뻘겋게 들여다보인다. 몇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걱정과 불안이 깊어져만 갔다. “아픈 쪽 다리라 그런가?” 어느 날 저녁, 붕대를 조심스레 풀자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났다. 왠지 그날따라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소아마비를 앓은 다리는 다른 쪽에 비해 가늘기도 반밖에 안 되고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불그죽죽한 것이 불쌍해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모르게 “아휴~ 불쌍하다! 차라리 건강한 오른쪽 다리를 델 것이지” 하는 소리가 한숨과 함께 섞여 튀어나왔다.
그때였다. “아니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그 다리도 똑같은 네 다린데” 옆에서 듣고 계시던 엄마가 퉁명스럽게 나무라신다. 엄마의 핀잔이 당황스러웠다. “하긴 부모가 아무리 자식의 장애를 아파한다 해도 장애를 가지고 사는 내 마음 같아?” 하며 금방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고 결국 세상에서 내 장애는 나만이 아파할 수 있다는 외로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엄마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이쪽이던 저쪽이던 똑같은 정도의 통증을 느꼈을 것이고 빨리 낫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 장애에 대해 스스로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던 속마음을 엄마에게 들킨 후로 난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의식적으로 차별하지 않았지만 엄마도 나만큼 나의 장애를 아파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 후 난 대학을 졸업한 후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어느 때는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연민으로 세월을 지내는 아이들 때문에 안타까워했고 어느 때는 나보다 훨씬 장애로부터 자유롭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을 갖기도 했다.
그러며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자주 대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부모님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조금씩 우리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엄마는 나보다도 훨씬 더 많이 내 장애를 아파해 주셨고 더 나아가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을 강하게 살아가도록 키우기 위해 냉정한 말도 서슴지 않으셔야 했으니 다른 부모보다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 상상이 간다. 뒤돌아보니 그렇게 강하게 키워 주신 것이 너무 감사하다.
장애를 가진 자녀들만 부모의 아픔과 노고를 모르는 것일까? 부모의 은혜를 깨닫는 데는 장애가 있고 없음에 차이가 없다. 인간은 커서 아이를 낳아 봐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장애를 가진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살아간다.
오월에는 한국의 어버이날(5월8일)이 있고 미국의 어머니날(5월13일)이 있다.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계신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님 모두께 자녀를 대신해 아파해 주심과 보호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올 어버이날부터는 아픔과 보호의 역할을 뛰어넘어 자녀가 미래에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마음을 배우고 필요한 기술을 터득할 수 있도록 터프 러브(Tough Love)를 실천하도록 도전하고 싶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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