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NJ한인초등학생 인종차별 주장

2007-05-05 (토)
크게 작게
형들이 놀려도 참았는데 오히려 폭행범이라니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심하게 놀림을 당했던 한인학생이 학교로부터 오히려 상대 학생들을 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게 됐다고 주장,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뉴저지 파라무스 릿지 랜치 초등학교 남학생 화장실에서 시작됐다. 초등 2학년인 한인 박모군은 또래보다 건장한 체구 때문에 자주 놀림을 받아왔고 이날 3학년 형들로부터 집단 놀림을 당했다. 화가 났지만 별다른 대꾸 없이 ‘더 이상 놀리지 말라’는 무언의 눈길을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주말이 지난 다음 주 학교 교장은 박군이 선배 형들을 폭행했다며 박군에게 무조건적인 사과와 더불어 앞으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강요했다는 것. 박군 부모는 학교로부터 경찰에 고발조치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는 식의 굴욕적인 말까지 들어야했다.


지난 3일에는 하교하는 아들을 기다리며 학교 앞에서 타민족 학부모와 한국의 음식을 소재로 담소를 나누던 박군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배웅하러 나온 한 백인교사로부터 다짜고짜 ‘말조심하고 다니라’는 말을 듣고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계 여학생이 아들의 얼굴을 할퀴어 이마에서 피가 흘러도 학교는 응급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아들을 하교시켰는가 하면 도서관에 자원봉사 나온 박군 어머니를 찾아 온 그 여학생이 책 찾는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해 응했을 뿐인데 얼마 뒤 학교로부터 박군 어머니가 여학생을 심하게 나무라고 위협했다는 엉뚱한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

교장은 “학교에서 일어난 학생과 관련한 일에 학부모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 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자원봉사 활동을 중단 시키겠다”는 다소 위협적인 어투의 편지를 박군 부모에게 전달, 일방적으로 상대 여학생 편들기에 가담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차례 거듭된 학교의 부당한 조치에 화가 난 박군 부모는 학군 사무실에 도움을 청했지만 학군장은 중간에 어이없이 전화를 끊어버렸고, 학교 학부모회(PTA) 조차 달리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상태다. 파라무스에 거주한 지 5년째인 박씨 부부는 “그간 아들이 놀림을 당할 때마다 학교는 성장과정의 하나라며 무시하고 넘어가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들을 끔찍한 문제아처럼 몰아세우고 있다”며 “학교는 물론, 이번 문제에 연루된 학생과 학부모의 정식 사과를 서면으로 받길 원한다. 가능하다면 법적 조치도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박군 문제와 관련, 본보는 학교와 학군 사무실의 입장을 듣고자 4일 연락을 취했으나 학군장은 타주 출장 중이었고, 학교 교장은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전화통화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회신도 하지 않았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1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