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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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부정행위 갈수록 ‘집단화.첨단화’

2007-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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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폰 인터넷 접속. 아이팍 동원 등 기성세대 상상 초월

최근 듀크대학 경영대학원(MBA)에 이어 공군사관학교까지 시험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갈수록 첨단화되는 동시에 집단화되고 있는 학생들의 시험부정행위 백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과거 미 대학이나 고교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던 시험부정행위의 대표적인 형태는 일명 ‘족보’ 돌리기. 교수나 선생들이 매년 유사 문제 또는 동일 문제를 반복 출제한다는 점을 역이용해 역대 시험 문제 종합 자료집이라 할 수 있는 족보를 선배에서 후배로 대를 이어 물려주는 방식이다.
특히 꼼꼼하고 치밀하기로 유명한 한인학생들 사이에서는 옷소매나 치마 밑단에 쪽지를 감추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시시한 방법보다는 과히 메가톤급의 ‘족보’가 널리 이용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족보 돌리기는 이제 고전이 된지 오래다. 휴대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한동안 문자 메시지 전송 기능을 이용해 시험장 밖에 있는 사람이나 같이 시험을 치르는 동료 학생들과 서로 정답을 교환하는 방식이 유행하더니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서부터는 검색엔진을 통해 직접 시험문제의 해답을 찾는 과감한 방법까지 동원돼 왔다.

게다가 이제는 청소년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는 아이팟(iPod)까지 시험부정행위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아이팟에 미리 시험의 정답을 녹음해 두기도 하고 노래 곡목 명단 사이에 수학이나 과학 공식이나 정의를 입력해 두기도 하는 등 기성세대의 상상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갈수록 첨단 장비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시험부정행위가 집단화되고 있다는 사실.

얼마 전 듀크대학 경영대학원(MBA)은 신입생 34명의 부정행위를 한꺼번에 적발해 9명을 제적시키고 15명을 낙제 처리했는가 하면 2일 공군사관학교에서도 신입생도 40명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돼 이중 6명은 무혐의 처리됐지만 혐의를 인정한 29명 가운데 18명은 퇴교 조치됐다.

현재 미국 학교들이 시험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많은 학교가 학생들이 시험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서약하는 ‘어너 코드(Honor Code)’ 시스템에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태다. 이미 커네티컷대학을 비롯, 서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스탠포드대학, 아이비리그인 펜실베니아대학, 이외 듀크대학, 텍사스 A&M 대학, 육군사관학교 등을 비롯, 다수의 고등학교도 ‘어너 코드’에 가입돼 있지만 이번 듀크대학의 시험부정행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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