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이영훈 작곡가 자칭하는데 20년 걸려

2007-05-01 (화)
크게 작게
히트 자작곡집 ‘옛사랑2’ 출시… 과거 16년간은 이문세와만 작업
이번엔 여러 가수가 1곡씩 불러… 뮤지컬 ‘광화문 연가’도 준비 중

작곡가 가수, 아무나 하나요?”
작곡가 이영훈이 요즘 가요계에 대해 뼈아픈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영훈은 지난 1985년 이문세 3집으로 데뷔해 <난 아직 모르잖아요> <광화문연가> <이별이야기> <옛사랑> 등 숱한 히트곡을 작사 작곡했다.

이영훈은 최근 자신의 히트곡을 담은 프로듀서 앨범 <옛사랑2>를 발표하며 “이제야 제가 스스로 ‘작곡가’라고 부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영훈은 “작곡을 시작해 10년까지 스스로 작곡가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가수도 마찬가지죠. 노래 한 마디 할 줄 안다고 앨범 하나 냈다고, 가수가 아닙니다”고 일갈했다.

이영훈은 “쉽게 작곡과 노래를 하려다 보니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영훈은 스물다섯살이던 1985년 이문세 3집으로 첫 앨범을 발표했다. 이문세 3집은 한국 가요 사상 처음으로 100만장을 넘었다. 마운드에 서자마자 홈런을 친 셈이다. 당연히 어깨에 힘깨나 주고 다녔을 법하다.

하지만 이영훈은 “데뷔해서 10년까지 스스로 작곡가라고 부르지 못했어요. 20년 되는 오늘날에야 ‘작곡가 이영훈’이라는 ‘존칭’을 직접 씁니다. 그래도 욕을 안 먹는 게, 인정해주는 분위기네요. 허허”라며 웃었다.

이영훈의 이 같은 겸손함은 현재 가요계에 대한 뼈아픈 충고에 다름 아니다. 이영훈은 20년간 노래 한 번 하지 않고 작곡가의 길만 묵묵히 걸어왔다.

이영훈은 “왜 노래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가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할 수 없죠. 가수 영역이 노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가수로서 소양과 철학을 쌓고 10년 정도 (음악을 가지고) 놀다 보니 ‘너 가수야’라고 인정해 줘야 가수의 길을 간다고 볼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이영훈은 데뷔하기 전까지 교육방송 다큐멘터리 주제가를 작곡하거나 피아노 세션으로 활동했다.


이문세가 MC로 유명한 데다 <휘파람>으로 다소 코믹한 이미지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분위기 있는 발라드 가수로 확 바꿔야 겠다는 마음에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썼다.

이영훈은 2001년 이문세 13집까지 오직 이문세에게만 곡을 줬다. 매년 한 두장씩 앨범을 냈고 이문세 7집과 12,13집은 직접 제작을 했다. 이영훈은 이후 호주 시드니에 둥지를 틀고 5년간 휴식을 취했다.

이영훈 스스로 꼽는 음악 세계의 중심은 <광화문 연가>와 <옛사랑>.

<옛사랑>(1991년 이문세 7집)의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라는 가사가 의미 없는 말 같아 고민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구나’ 싶은 곡이다.

이후 가사는 모두 별첨 정도라고 한다. 숱한 사랑 이야기의 사연에 대해 이영훈은 “흔히 겪듯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했고, 잘 안 되었죠”라며 ‘일반적인 사건’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구구절절 그의 가사에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이영훈은 자비와 서울음반의 도움으로 무려 1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옛사랑1>을,최근 <옛사랑2>를 내놨다. 김건모 윤종신 임재범 버블시스터즈 성시경 리쌍 윤건 등 후배 가수들과 정훈희 전인권 등 중견가수들까지 한 곡씩 불렀다.

이영훈은 “작곡가는 오래된 화가, 무용가, 시인 같은 존재라고 봐요. 시인이라면 시골학교의 국어 교사를 하면서도 시를 쓰죠”라고 말했다.

이영훈은 “내 사랑에 대한 정열도, 그리움도 없어져 이제는 뭘 써야할지 저도 궁금해요. 요즘은 갈무리를 해 두느라 피아노치며 멜로디가 떠올라도 기록을 안 하죠”라고 덧붙였다.

이영훈은 내년 여름 자신의 히트곡으로 구성된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민기 선배가 <지하철 1호선>을 계속 운행하고 있듯,저 역시 창작 뮤지컬계의 한 구석에서 <광화문 연가>를 계속 손질하며 사는 것이 제 꿈이에요.”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사진=스포츠한국 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