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한인 세탁소, ‘황당’ 거액 소송 휘말려
2007-04-29 (일)
손님이 수선하라고 맡긴 양복 바지를 잃어버린 세탁소 주인이 물어 줘야할 보상액이 6,500만달러?
워싱턴 DC에서 ‘커스텀 클리너스’ 세탁소(Bladensburg Rd., NE)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부부는 오는 6월로 다가온 재판 때문에 생업마저 어렵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씨 부부는 오랜 고객이던 변호사 로이 피어슨씨가 2005년 5월3일 허리 사이즈를 늘려달라며 맡긴 바지를 분실하는 바람에 거액의 민사소송에 휘말렸다.
“지난 2년간 정신적 고통과 수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며 정확히 6,546만2,500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어슨씨의 계산 근거는 이렇다. 자동차가 없는 그는 앞으로 10년간 주말마다 다른 세탁소에 가기 위해 500번 이상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고 또 지금까지 1,000시간 분량의 소송비용이 들었다는 것.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 1,150달러의 양복값을 요구했던 그는 정씨 부부가 한 때 1만2,000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으나 거절하고 계속 밀어부쳤다.
결국 DC의 소비자 보호법까지 이용해 하루 한 건 배상액 1,500달러를 12건의 위반 행위에다 1,200일의 날짜를 곱하는 방법으로 그는 이런 액수를 도출해냈다.
피어슨씨와 정씨 부부의 다툼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에도 피어슨씨의 바지를 맡았다가 분실하는 바람에 150달러를 변상했던 정씨 부부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했지만 그는 집에서 가까운 이 세탁소를 계속 이용했다.
세월이 흘러 2005년 행정판사가 된 피어슨씨는 출근하기 위해 입으려던 ‘힉키 프리맨’ 양복의 허리가 작다는 것을 알고 수선을 맡기기로 했다. 그 때가 5월3일. 출근 하루 전인 5일 찾기로 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았고 다음날 다시 갔으나 오히려 바지는 사라진 뒤였다.
피어슨씨는 소송 자료에서 “창문에 붙여 놓은 ‘옷을 맡긴 날 찾게 해준다’ ‘고객만족 보장’이라는 사인은 사기나 태만에 해당하는 행위”라면서 “지구상에서 ‘고객 만족 보장’이라고 붙여놓은 가게가 있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해 정씨 부부와 변호사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정씨 부부의 변론을 맡고 있는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피어슨씨는 시간이 많은지 모르지만 정씨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법정 비용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피어슨씨의 재판 전략을 본 DC 항소 법원의 닐 크래비츠 판사는 “원고가 악의 있는 재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DC 다운타운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피어슨씨가 찾아가기를 기다리는 회색 양모 바지가 걸려있다는 사실. 매닝 변호사는 “바지에 달린 세탁소 꼬리표가 그가 갖고 있는 영수증과 일치하고 있어 그의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윤팔혁 워싱턴한인연합세탁협 회장은 “이런 일을 보고 엉뚱한 사람들이 모방 범죄를 저질러 한인 세탁업자들을 골탕먹일까 두렵다”며 어이없어 했다.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