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을 맞아 티화나의 부모를 방문한 후 샌디에고의 집으로 돌아와 울먹이는 여동생 아딜리니(8)를 큰언니 레슬 리가 달래주고 있다.
부모 추방되며 시민권자 어린자녀는 미국에 남겨
“좋은환경서 성장 바라”
눈물의 이산가족 감수
불체자사이 태어난 아동
무려 300만명에 달해
연방이민세관국이 최근 불법이민자 체포와 추방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멕시코와 미국에서 부모와 자식간 생이별 케이스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서 출생해서 시민권자인 어린 자녀들을 모든 환경이 더 나은 미국에 남겨두고 부모들만 멕시코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기회나 특권을 부모라는 이유로 뺏을 수 없다는 부모들의 어려운 결정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산가족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는 양부모중 한명이 불법체류자인 부부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어린이수가 무려 300만여명에 이른다.
LA타임스는 전형적 케이스로 20여년 넘게 불법체류하면서도 세금도 납부하고 3명의 자녀(16, 13, 8세)와 5베드룸 자택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다가 지난 2월22일 전격 체포, 티화나로 추방됐던 아벨 무노즈(41)와 줄마 미란다(37) 부부의 생이별 속 삶을 소개했다.
무노즈 부부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20년 전 미국에 입국했고 결국 아들은 죽고 이들은 미국에 체류하기로 했다.
무노즈는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했고 미국서 출생한 자녀 3명을 키우며 최근에는 매주 1,000달러 정도의 고소득을 올렸다.
불법체류가 항상 불안했던 이들은 이민변호사를 찾아 합법 체류신분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변호사의 공언과는 달리 밀입국 초기에 위조 영주권과 가짜 소셜시큐리티 넘버를 사용했으며 면허없이 전기공으로 일했던 전력 등이 드러났고 법원은 이들의 영주권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2월 이들 집에 들이닥친 이민국 수사관은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를 체포, 데리고 나갔다. 30분도 안되는 사이에 이들 부부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국경 건너편에 넘겨졌다.
자녀를 급히 친지에게 위탁한 채 추방된 이들은 현재 티화나의 좁은 아파트에서 살지만 직업도 구하지 못하고 거리 행상으로 매주 30달러 정도를 벌고 있다.
이들에게 희망이란 매 주말 국경을 건너오는 자녀들을 보는 것이 유일하지만 그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눈물이 마를 새 없다.
샌디에고에 남겨진 큰딸은 부모가 보고 싶어 보채는 어린 두 동생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고교생 가장으로 힘들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