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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 상식

2007-04-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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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텍 참사 한인 대상 편견 안돼야

오늘은 버지니아텍에서의 비극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좀 말해보겠다. 버지니아텍 총격 사건 소식을 듣고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처음에 용의자가 아시안이란 보도를 접하고 놀라 본능적으로 ‘범인이 한인이 아니기를’ 하고 바랐다. 그런데 다음날 모든 언론에서 사상 최악의 집단 살해 사건으로 미국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이번 사건의 범인의 이름이 조승희로 보도됐다. 그는 1.5세 코리안 아메리칸이었다.
MSNBC의 케이블 뉴스 쇼를 보니 사회자가 조승희의 학교 룸메이트에게 그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지, 맥주 한 잔 같이 하러 가자고 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룸메이트는 그래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는데 조승희가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룸메이트는 그런데 조승희가 ‘영문학’ 전공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는 말까지 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자라난 필자도 아주 오래전에 그런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오, 영어 잘하시네요…”라는 이야기를 해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오늘날 버지니아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모두 알다시피 조승희는 8세 때 미국에 와 그 때부터 이 나라에서 자라났다. 국적에 관계없이 그는 코리안 아메리칸이고 물론 영어도 유창하게 한다. 조승희는 ‘한국에서 온 영주권자’이기보다는 이 나라 ‘미국’의 산물이다. 8세 때부터 여기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조승희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같은 살인 행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러나 조승희는 언론에 의해 처음부터 사우스 코리안으로 여겨졌고 그가 이곳 미국에서 자라난 사실은 애써 무시되어 왔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애도를 표시할 권리가 있지만, 그러나 왜 한인들 전체가 어떤 한 사람의 행위에 대해 집단적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야 하는가?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범 티모시 맥베이와 공범인 테리 니콜스는 1995년 168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들은 백인 무장그룹 추종자들이었지만, 그러나 그들은 단지 미친 개인들로 묘사되었으며 백인들 전체가 그들을 대신해서 사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 보도에 나온 대로 이번 참사가 ‘한국으로부터 온’ 사람이 저질렀다는 이미지가 계속적으로 반복됨으로서 많은 한인들이 보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게 했다. 이같은 연쇄 반응이 한인들로 하여금 언론에 비쳐지는 한인들의 이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걱정하게 만든 것이며 (LA폭동 경험이 있으므로), 수많은 한인 단체와 개인들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게 한 것이다.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앞날이 창창한 대학생들이 일찍 생을 마감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필자는 그러나 버지니아텍 총격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213)637-5632

이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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