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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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 ‘에스크로 직원들’

2007-04-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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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리마 에스크로
낭랑한 목소리로 리셉션니스트가 전화를 받는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전화 받는 직원의 이미지가 곧 회사의 이미지로 연결되므로 사실 가장 중요한 직업이다.
어느 회사의 직원은 껌을 씹는지 사탕을 먹는지 혀가 이상하게 꼬여 받기도 하고 남자 친구와 금방 다투기라도 했는지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럽기도 하고, 손님이 전화한 목적을 도와주기보다 그저 빨리 끊고 자신의 볼일을 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어 불쾌한 때도 많다
공공기관의 공무원도 아니고 성의 없이 아무에게나 넘겨버려서 다시 전화를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사실 돕고 싶어도 자신의 에스크로 넘버나 클로징 날짜 또는 오피서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손님의 자료를 찾기란 정말 힘이 든다. 특히 요즘 같은 세금보고 시즌에는 자신의 클로징 서류를 필요로 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ID 등을 제시하여야 원본의 복사본을 받을 수 있다. 기다리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리 회사에 전화하여 자료가 준비되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리셉션니스트로부터 넘겨진 전화는 대개 에스크로 비서나 어시스턴트가 받아 손님의 용무를 도와드리고 메모를 오피서에게 전달한다. 대개 어시스턴트는 2∼3년의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므로 웬만한 에스크로 업무는 해결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오피서로부터 훈련을 철저히 받음으로 서로 팀웍의 호흡을 잘 맞추게 된다.
손님과의 융자서류 사인이나 자료의 입력은 대개 어시스턴트들이 알아서 처리하고 은행과의 서류 처리 등을 오피서를 대신하여 깔끔하게 준비해 놓는다.
문제가 생기거나 셀러와 바이어의 조정이 필요한 부득이한 일을 빼놓고는 굳이 오피서를 만날 필요가 없는데도 꼭 오피서와 눈도장을 찍어야 안심을 하는 손님들로 인해 상처받는 어시스턴트들도 있다.
몇 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친 후 드디어 에스크로 오피서가 되면 그만큼 존중도 받지만 책임 또한 무겁다. 모든 서류에 본인의 이름이 새겨지고 손님의 분쟁에도 끼어들게 된다. 법정 소환에도 응해야 하고 공증이나 은행 서류에도 본인의 이름으로 사인을 해야만 한다.
가끔 인간적인 관계로 마음이 약해져서 손님의 편의를 봐주었거나 잠깐의 실수로 인해 조용히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아까운 인재들을 본다. 가슴이 아픈 일이다.
우리네 인정은 조금 친해지면 원칙적인 처리보다는 특별한 차별적인 대접을 기대한다. 본인이 없는 공증이라든지 부부간의 대신 사인이라든지 혹은 자금의 입금에 변칙을 요구하는 등의 수용하기 곤란한 일들로 에스크로 오피서에게 예외를 기대하는 손님들로 힘이 들 때가 많다.
요즘은 고객들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하여 무리한 요구가 많이 줄어들어 편해졌지만 이런 일들로 고객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새내기 오피서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다.
직원을 인터뷰하는 것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다. 이력서에 자신의 겸손함을 싣기보다는 과대포장을 하여 우스운 경우도 있고 짧은 기간 비슷한 분야를 두루 섭렵함으로 화려한 이력서를 제출하는 친구들도 있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회사의 혜택과 월급에 기대가 지나친 경우도 많고 시민권이나 영주권자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애교 작전으로 나오는 황당한 일도 비일비재하다. 에스크로 오피서는 어떠한 형사문제에 입건이 되었던 경험이 있어서도 안 되고 반드시 합법적인 신분으로 모든 신분에 대한 사전 조사와 심의를 거친 후에야 어느 직분이라도 에스크로 회사의 직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의 자금을 다루기 때문이다. 재산뿐만이 아니라 모든 고객의 비용에서도 내 것처럼 철저하게 처리하도록 모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고 있다.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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