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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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프랭크 케리 고교 9학년 김보경 양

2007-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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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전 세계가 저를 주목할거예요.

퀸즈 칼리지 포인트의 한 연습실에서 마주친 긴 머리 소녀의 첫 이미지는 상큼함 그 자체였다.프랭크 케리 고교 9학년에 재학 중인 올해 나이 14세의 김보경(미국명 제니)양.

매일 밤 연습실에서 노래, 춤, 악기, 연기 등을 지도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올해 안에 미국 무대 데뷔라는 목표 달성을 이뤄내기 위함이다. 그 나이 또래 소녀라면 으레 상상의 나래를 넘나들며 들뜬 꿈을 꾸느라 바쁠 때에 일찌감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꿈의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착실히 다져왔다. 본격적인 훈련을 받은 지는 이제 5개월 남짓. 처음부터 세계적인 가수가 장래 희망은 아니었다. 가문 대대로 흐르는(?) 미술가의 피와 평소 옷감을 갖고 놀던 취미를 살려 오래토록 패션 디자이너를 꿈꿔왔다. 약간의 진로 수정이 불가피해진 배경에는 지난해 우연히 한국의 가요를 처음 접하면서 말 그대로 ‘푹’ 빠져들었기 때문.


“패션 디자인을 하는 세계적인 가수가 될 거예요.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아티스트(Artist)가 되고 싶어요.”제2의 보아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많고 많지만 꿈을 꾼다고 모두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렇다고 포기는 없다. 그만큼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허황된 ‘꿈’이 아닌 뚜렷한 ‘목표’를 실현시키겠다는 집념도 강하고 전문가의 지도(J.O.A. 프로덕션)로 피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첫 데뷔 무대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정한 것도 그만큼 승부할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무대에 먼저 진출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보통의 한국 연예계 지망생과 달리 미국 무대에 먼저 진출해 인정받은 뒤 한국 무대에 당당히 서겠다는 계획이다. 노래, 춤, 악기, 연기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연기. 아직 어려서 인생의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탓에 감정표현은 마냥 어색하고 힘들기만 하다고. 세계적인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답게 노래와 춤은 모든 장르를 고루 섭렵하고 있고 이미 실력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사랑 타령만 하는 노래 가사보다는 모두가 공감하는 삶의 얘기들을 사람들과 노래로 함께 나누고 싶어요. 특히 한인 이민자들의 코드를 미국사회에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해요.”연예계를 동경하다 상처 받는 청소년들의 부작용과 올 들어 연달아 일어난 연예인 자살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인데 절대 함부로 할 수 없죠. 저 때문에 주변 사람
들이 상처 받는 일은 더더욱 싫어요”라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평소에도 힘들 때마다 어깨를 빌려달라는 친구들이 많아 친구들의 온갖 고민 상담과 해결사 노릇을 도맡고 있어 아예 심리학자로 나서라는 친구들까지 있을 정도.

학생의 본분인 공부에도 소홀히 할 수 없어 학교에서는 우등반에 속해 있고 도서관 클럽에도 가입해 장르 가리지 않고 하루 평균 2권씩의 책을 읽는다. ‘스테퍼스(Steppers)’와 ‘킥라인(Kickline)’ 등 댄스동아리 회원으로 활동 중이고 그림 그리기와 수영도 수준급.

미국에서 태어난 2세지만 한국어도 여느 1.5세 못지않고 ‘비’와 ‘이효리’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로 꼽았다. 래퍼로는 ‘MC 몽’이 최고라고. “무대에 오르면 마치 물고기사 물을 만난 것처럼 가장 편하다”며 “아직은 감춰진 진주지만 조만간 정식 데뷔하면 미주 한인들의 사랑과 후원을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태형, 김태숙씨의 1남1녀 중 둘째.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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