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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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한국법

2007-03-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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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문서 날인과 공증문서 효력
내용확인 후 서명 필수

<문> 세리토스에 사는 박모씨는 최근 한국에 있는 형제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계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어 종중명의로 되어있는 선산과 부동산을 처리하는데 미국에 있는 후손들명의의 위임장이 필요하니 이에 서명하여 한국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입니다. 박모씨가 이 위임장의 내용과 용도에 대해 한국의 형제들에게 문의하니 이 위임장은 단순히 한국의 서류수속을 위해 필요한 것일 뿐이고 미국에 있는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이를 믿고 이 위임장에 서명을 하여 이를 한국으로 보내주는 것이 괜찮을지 아니면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지 등등 궁금합니다.

<답> 필자는 1년간 미주교민사회에서 미주교민들이 겪는 한국법과 관련된 분쟁과 사건을 지켜보며 빈번히 벌어지는 사건유형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위 사안과 같이 한국에 있는 형제나 친척들이 미주교민들에게 위임장이나 서류 등을 보내며 이에 서명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 상당수의 교민들은 이를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서명해서 보내준 후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보내오는 위임장이나 기타 명의의 서류 등에 대해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채 서명해서 보내는 행위는 십중팔구 미주 교민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법률효과를 낳아 나중에 교민들이 이를 알고 이를 취소하려고 하더라도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먼저 위 사안의 경우 위 위임장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 사안의 위임장은 말이 위임장이지 사실상 미주교민들의 권리포기각서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위임장 내용의 문구가 ‘한국에 있는 아무개에게 목적물 부동산의 권리처분 등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위임한다’라는 내용일 경우 이러한 문구의 해석이 위임자인 박모씨가 한국의 할아버지 명의의 재산에 대해 갖는 상속인으로서의 재산권을 포기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소지가 크며 가사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한국의 형제들은 위 박모씨를 대리하여 위 재산을 아무런 제한없이 처분할 수 있고 이렇게 처분된 재산에 대해서는 사후에 박모씨가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처분행위의 효력을 되돌릴수 없습니다. 그러한 경우 박모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온전히 찾아오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그 성공가능성도 불확실합니다. 이러한 위임장이나 기타 권리포기각서를 한국법적인 용어로 처분문서라고 하는데 이러한 문서에 서명한 후 이를 취소하려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더구나 한국법에 따라 문서의 작성명의인의 동일성을 공증하는 공증문서에 서명 날인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사후에 이를 취소하거나 그 법률적 효력을 부인하려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미주교민들은 한국에서 보내온 문서 등에 서명 날인하기 전에 그 서류의 내용 등에 대해 그 법률적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13)383-3867

이세중 <변호사·법무법인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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