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나무 숲 저 멀리서’(2)

2007-03-2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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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꼬 이야기’ 도서목록 당장 삭제는 힘들듯

최근 논란이 되어온, Yoko Kawashima Watkins의 회고록 ‘So Far From the Bamboo Grove’(1986년간)를 주 교육국의 6~8학녀용 추천도서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법과, 그의 대안으로 학교 당국, 각 지역 교육구 및 주 교육국의 커리큘럼 컨설턴트에게 어떠한 책을 추천할 것이며,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지면을 통하여 지난 회에서 지적했듯이, 이 회고록의 3장에는 북한 공산당원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 여자들을 성폭행하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이 회고록의 역사적인 배경이 1945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인데도 “북한 공산당 운운”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는 어긋난다.
비록 책 말미에 한국 역사에 대한 설명과, 일본과의 껄끄러웠던 과거사를 부록으로 첨부하였다 하더라도, 이 책이 미국 공립학교에서 채택되어 사용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교 당국이나 각 교육구나 주 교육국에 이 책의 사용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감정을 지적하기 보다는, ‘성폭행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 책을 6~8학년의 저학년에 읽히기에는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부적절하며, 역사적 사실이 그릇 묘사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또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하되 책 속의 그릇된 내용을 인용해야 한다. 그에 대한 대처가 없을 경우에는, 거듭하여 서면, 또는 이 메일로 촉구한다.
이 메일을 사용하면, 단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내용을 전할 수가 있어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한인학부모회, 한미교육자협회 및 다른 한인 커뮤니티 단체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지금 당장 추천도서 목록에서 빼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절차상, 다음 개정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When My Name Was Keoko’(2002년간, Linda Sue Park저)과 ‘Lost Names’(잃어버린 이름)(1970년간, Richard Kim저)를 추천한다. ‘When My Name Was Keoko’는 현재 가주 교육국의 6~8학년용 추천도서 목록에는 들어 있으나 ‘Lost Names’은 아직 들어있지 않다. 앞으로 있을 추천도서 목록 개정 때 꼭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When My Name Was Keoko’는 선희(11)와 그녀의 오빠 태열(13)의 두 화자를 통하여 일제 식민지 말기인 1940~1945년 초등학교 교감인 아버지를 둔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강제로 모든 한국인들이 일본 이름으로 바꿔야 했던 일, 그래서 선희가 하루아침에 ‘Keoko’ 태열은 ‘Nobuo’가 되었다. 학교에선 일본 역사와 일본어를 배웠고, 일본어로만 수업을 받았으며, 한글 사용이 철저하게 금지되었고, 교실에서 급우의 한국 이름을 부르다가 매 맞은 일 등,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는 심리적인 충격 등이 소상히 묘사되어 있다.
또한,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달아야 했고, 심지어는 나라의 상징인 무궁화 꽃은 뽑고, 강제로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집집마다 심어야했던 사실들을, 일본인들에 대한 적개심을 특히 개입시키지 않고 담담하게 엮어 나갔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희는 교장 아들인 일본인 친구와는 여전히 우정을 유지하게 되고, 그 친구의 덕분으로, 독립 운동하는 삼촌을 피신시키게 된다.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인간관계와, 사람들의 겉모습과 실상이 전혀 다른 혼란의 연속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 말미에는 저자가 사용한 참고 도서목록이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을 모르는 한인 및 미국학생들에게 두루 잘 읽힐 수 있는 잘 쓴 역사 소설이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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