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약한 인간의 편린

2007-03-17 (토)
크게 작게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박완서 / 시냇가에 심은 나무 펴냄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의 지면에 저자인 박완서가 발표했던 글 한 편 한 편을 모아 엮어서 재출간한 책이다. 이 아흔네 편의 글은 오십대 중반에 영세를 받고 가톨릭에 입교한 저자가 그 주일의 복음을 읽고 또 읽어 가슴으로 새기고 깊이 묵상한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박완서의 묵상집은 성경 말씀에 담긴 뜻을 일상에 투사한 뒤 문학의 언어로 그 뜻을 다시 성경에 되비추는 신앙의 거울과도 같다. 가령 “예수님을 믿는 이 조차도 아기가 장차 예수님을 닮기 원치 않는다”는 작가의 통찰은 겉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이기적으로 자식을 키우는 모든 보통사람의 내면을 폭로한다. “얻어맞는 아이가 될까봐 양보보다는 쟁취를 가르치고 박해 받는 이들의 편에 설까봐 남을 박해하는 걸 용기라고 말해주고 옳은 일을 위해 고뇌하게 될까봐 이익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돌진하기를 응원합니다.”라고 쓰인 글을 읽을 때 찔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이 책은 인간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나약함이나 불완전함에서 오는 삶의 편린들을 엮은 것이다.
저자는 열심히 살았으나 삶에서 그 보상을 받지 못했던 동창생의 죽음 앞에 하느님에게 극심한 분노와 의혹을 드러내며 추궁하기도 하고 인간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찾아오는 계절과 자연의 변화 앞에서 최초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경이를 느끼기도 하며 하느님이 정하신 섭리와 삶과 믿음의 조화로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책을 읽으면 우리는 신이란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정의이고 바른 것의 상징이며 모든 것이 그러해야 하는 상태로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처럼 신앙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에서 동떨어져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임을 일깨워준다.

<이형열>
알라딘유에스 대표
www.Aladdinu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