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미국법 상식

2007-03-09 (금)
크게 작게
시큐리티 가드의 행위와 회사측의 책임

LA에 있는 가상의 시큐리티 회사인 ‘버디 시큐리티’는 이 지역내 여러 상업용 건물에 시큐리티 가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버디 시큐리티는 가드를 채용할 때 신원조회를 실시해 시큐리티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회사측은 또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버디 시큐리티가 소속 시큐리티 가드인 봉씨의 행위 때문에 큰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 봉씨가 시큐리티 가드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건물에서 여성 청소부에 성폭행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버디 시큐리티가 시큐리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오피스 빌딩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로페스는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봉씨가 들어와 자신을 희롱하기 시작했고 약 10분 동안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오고 나서야 봉씨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었다. 봉씨는 폭행 혐의로 형사 기소되었고 기소 내용을 인정했다.
로페스는 이와 별도로 봉씨와 버디 시큐리티를 상대로 고용주는 고용 계약의 범위 내에서 피고용인(직원)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respondeat superior’의 원칙에 의거,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봉씨를 상대로 배상 판결이 내려져도 그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측에 대해 소송을 하는 것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로페스는 알고 있었다.
버디 시큐리티는 이같은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며 봉씨가 로페스를 상대로 한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이 있을 수는 있지만 회사측은 ‘고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직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버디 시큐리티사측이 책임이 있다는 로페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버디 시큐리티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같은 가상의 사례와 유사한 실제 케이스에서 법원은 시큐리티 가드의 폭행 행위는 시큐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측의 비즈니스의 어느 특정 측면과도 관련돼 있지 않으며 사실상 시큐리티 가드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와 정반대의 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Plancarte v. Guardsmark, 2004)
법원은 또 시큐리티 가드의 업무 특성에 가드가 성폭행을 저지르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판시했다. 시큐리티 가드가 청소부를 성폭행한 이유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은 건물과 입주자들을 보호하는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론을 도출하면서 법원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버디 시큐리티가 봉씨를 채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낄만한 점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봉씨가 범죄로 체포된 전력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기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봉씨는 채용 전에 버디 시큐리티가 실시한 신원조회도 통과했고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근무 기록도 좋은 상태였다.
비록 버디 시큐리티가 봉씨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고용주는 이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시간과 변호사 비용을 소비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같은 사례는 사업주가 법적 의무와 적절한 안전 조치를 다 하더라도 손실이 큰 소송에 휘말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호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