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취업 못해 불체자 될 판”

2007-02-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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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트럭운전사들, 이민알선업체 고발

▶ 수속료에 운전학원비까지...취업은 차일피일

<토론토지사> 취업알선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속료를 받은 뒤 약속을 지키지 못한 한인운영 이민알선업체가 감독기관에 고발됐다.
‘ULSC이주공사’라는 이름으로 여동생과 함께 서울과 토론토에 각각 본사와 지사를 운영해 온 박근석(저스틴)씨는 한국에서 캐나다취업 희망자를 모집한 후 취업비자 및 채용보장 명목으로 1인당 평균 1만3천 달러 이상의 수속비 및 자격증 취득비 등을 받았다. 취업분야는 트럭운전사·간병인·정비사 등으로 신청자는 6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럭운전사 출신으로 토론토 트럭회사 취업을 약속 받은 김지호(가명)씨를 비롯한 수십 여명의 피해자들은 취업비자를 받은 지 수개월이 지나도 취업이 안 돼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자 박씨와 그의 법률대리인 욜란다 시마오씨를 이민알선업계 자율감독기관인 이민컨설턴트협회(Canadian Society of Immigration Consultants·CSIC)에 고발했다.
피해자를 대표해 고발장을 낸 김씨는 “모두들 신분이 불안하다보니 경찰에 수사의뢰도 쉽게 할 수 없었다. 각종 계약서에 서명한 시마오씨가 CSIC 회원이라는 사실을 확인, 오랜 고민 끝에 고발을 결심하게 됐다며 “사태를 지켜보면서 경찰에도 신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서울에서 열린 ULSC의 취업설명회에서 토론토에서 트럭운전사로 취업할 경우 연봉 5만 달러가 보장되고 영주권자 이상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박씨의 말에 2005년 계약금 780만 원을 건넸다. 5~6개월 후 가족과 입국하라는 박씨의 권유에 따라 지난해 7월 가족과 함께 토론토에 도착한 김씨는 지난 10월 미국 버펄로에서 취업비자를 받았다.
그 사이 김씨는 박씨가 소개한 A운전학원에서 온주트럭운전면허(AZ)를 땄다. 학원수강비는 40시간에 6천 달러. 김씨는 “엄청난 돈이지만 면허증만 취득하면 토론토의 H트럭회사에 시간당 18달러를 받으며 일할 수 있다고 해 동료들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자를 받은 지 벌써 4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취업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거론된 H트럭회사의 대표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마오씨를 통해 운전학원의 한국인 수강생들을 몇 차례 만나 자격요건을 갖추면 채용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언어문제도 있고 미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패스트 카드(Free And Secure Trade Card)’도 없어 고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들이 받았다는 고용계약서는 작성한 일이 없다. 계약서에 있다는 내 서명은 가짜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김씨는 “면접은커녕 회사의 위치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용계약서가 작성됐다며 “박씨는 한국인 예비취업자들이 수십 명에 이르는 만큼 트럭회사에 한국어 통역인을 갖춘 한국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언어문제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까지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근석씨는 “거리상의 제약으로 인해 신청자들의 이력서와 경력증명서 등 서류만을 근거로 회사측으로부터 고용계약서를 받았으나 막상 취업비자가 나온 후에는 이들의 언어소통능력이 문제로 대두돼 채용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고용계약서는 대리인 시마오씨가 회사와 신청자를 대신해 작성한 것이라며 “1개월 내로 취업이 불가능할 경우 100% 환불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트럭운전사로 취업비자를 받은 사람은 40명이며 이밖에 비자대기자가 10명, 운전학원 교육생도 1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1개월 내 취업보장이라는 약속은 수개월 전부터 계속돼왔다. 어떤 사람은 박씨로부터 각서까지 받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한국에서 캐나다드림을 안고 수속중인 대기자들도 상당수에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의 추가피해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 주를 이루는 피해자들은 “일을 할 수도, 자식들을 학교에 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라 생활고에 허덕이며 가정불화까지 겪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이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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