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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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 상식 ‘직장내 소수계 차별 소송’

2007-0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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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크롬비 케이스 대표적

이번 주에는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스몰 비즈니스에서의 노동법 관련 문제들에 대한 논의에서 잠시 벗어나 지난 2005년 화제가 되었던 한 소송 케이스와 관련해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 보겠다.
얼마 전 필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한인 커플이 함께 윌셔 블러버드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 모두 전국적으로 샤핑센터 등에서 팔리고 있는 스타일리시한 브랜드인 ‘애버크롬비 & 피치’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옷을 별 생각 없이 사서 입었겠지만 필자는 곤잘레스라는 사람이 애버크롬비 & 피치를 상대로 벌인 최근의 소송에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돈을 지불하고 이용한 그 회사가 어떠한 회사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워졌다.
약 2년여 전 일단의 아시안과 흑인, 라티노 및 여성들로 이루어진 고객 그룹이 이 대형 의류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차별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4,000만달러의 합의를 받아냈다. 소수계들의 경우 애버크롬비 & 피치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신청을 냈다가 거부되는 경우가 잦았고 이 회사에 채용된 소수계 직원들의 경우도 다른 백인 직원들과 비슷한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백인 직원들은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세일즈 일을 담당하는 반면 소수계 직원들은 주로 창고의 재고 정리 등에 배치되곤 했다.
지금도 애버크롬비 & 피치 매장을 방문해 보면 온통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모델들만 눈에 띄어 이 회사가 어떤 식으로 ‘백인 일색’의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애버크롬비 & 피치의 캐털로그를 보면 이와 같은 ‘백인 일색’의 분위기가 이 회사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애버크롬비 & 피치가 티셔츠의 그림 도안에서 아시안들을 눈이 찢어진 하급 노동자와 인력거 운전수, 세탁소 주인으로 묘사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던 사건은 이 회사가 인종적인 이슈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다. 본질적으로 이 티셔츠 사건은 지난 150년 동안 미국 내에 만연해 온 아시안을 비하하는 모든 종류의 스테레오타입을 백인 ‘구세주’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시안 매춘부의 모습 하나만을 빼고 다 표현한 것이었다.
이같이 모욕적인 티셔츠 제조의 중단을 요구하며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전국적으로 조직해 벌인 대규모 시위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애버크롬비 & 피치는 결국 티셔츠가 아시안들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지 제품 라인에 유머와 변화를 넣고자 하는 목적밖에 없었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물론 비아시안들은 이같은 설명을 받아들였지만 많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이 회사를 용서하지 않았고 이 회사의 표면적인 사과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213)637-5632

이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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