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이사 가던 날’
2007-02-08 (목)
“옆집 사는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번거롭고 낯선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시루떡을 돌리던 시절에는 이웃과의 정을 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건만, 지금은 한국이나 이곳 미국이나 옆집에 누가 드는 지 나는 지도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많이 삭막해졌지만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지극히 중요하다. 자녀들 때문에 이사하고 자녀들 때문에 또 눌러있다는 분들을 많이 본다.
이 곳 미국에서의 이사는 법적인 절차와 이행 사항들 때문에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우선 주택 모기지 융자가 펀딩이 됨으로써 등기가 되는 날이 에스크로가 종료되는 날이 된다.
그 당일에 셀러가 키를 건네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셀러가 미리 집을 비워 여유가 있을 때이다. 보통 브로커를 통해 키를 건네 받게 되는데 이는 타이틀 보험사의 등기 여부 확인 후 메인키와 차고 리모컨 등을 인수받는다.
등기가 예정된 파일들에 에스크로는 시시각각으로 확인을 기다리며 긴밀하게 타이틀 보험회사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집문서와 담보 문서의 등기 열람 번호를 확인 받은 후, 에스크로는 양측에 통보를 하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은행 융자가 펀딩 당일 오후의 스페셜 등기가 가능하였으나 모두 옛말이 되어 버렸다. 부동산 붐을 타고 바빠진 LA 카운티에서 ‘펀딩 다음 날 등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운이 좋아서 등기 일 오전 중으로 등기 여부의 확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늦은 오후에 확인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다음은 등기일 2∼3일 후에 셀러가 키를 건넬 수 있도록 계약이 된 경우이다. 이 경우 모든 비용의 계산은 등기 일이 기준이 되지만 단지 프라퍼티의 키 전달만 여유있게 주고받는 것이다. 셀러나 바이어 모두 이사 예정일에 여유가 있게 된다.
예외적이지만 흔한 일로 클로징 날짜보다 훨씬 이전에 키를 주고받아서 바이어가 이사를 미리 들어가는 경우이다.
바이어는 다운 페이먼트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사전에 입금시키고 책임 소재에 관한 계약을 맺은 후 이사가 가능하다. 바이어의 형편을 배려하는 셀러의 너그러움이 필요한데 부작용이 일어나는 일이 많으므로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경우이다.
반대로 등기가 모두 이루어져 법적으로 집주인이 바뀌었으나 전 주인인 셀러가 그대로 일정기간 비용을 지불하며 렌트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에스크로는 클로징이 되었으나 셀러가 이사할 집이 마련되지 못한 경우이다.
이때에는 프라퍼티의 책임 소재와 계약이 분명하여야 하며 렌트 금액은 대개 바이어의 실제 페이먼트에 근거하여 정해진다.
대부분 키는 브로커를 통하여 메인키가 전달이 되고 기타 키들과 차고 리모컨 등은 부엌 서랍 같은 곳에 약속되어 남겨지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우리네 풍습에(중국인들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떠날 때 너무 깨끗이 치워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원칙적으로 ‘브룸 컨디션’이라 하여 먼지 정도는 괜찮으나,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을 남겨놓고 간다면 후에 청소비 청구서를 받게 되거나 못된 셀러라는 인식을 주게 되어 바이어로부터 역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사 가는 날 금방 구운 파이를 이웃에 돌리는 옆집이 생긴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쑥스러워 하는 것보다 과자 몇 조각을 ‘세상에서 가장 맛난 쿠키’로 호들갑을 떨며 문을 두드리는 건너편 로라네를 한번 흉내 내어볼 생각이다.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