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아 있어 미안하다”

2007-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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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튼, 경찰심문 비디오서 ‘감정표출’

시종일관 태연함을 유지했던 로버트 픽튼(57)이 마침내 감정을 보였다.
배심원단과 희생자들의 가족은 최소 26명의 성매매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픽튼의 육성을 23일 처음으로 들은 데 이어 공판 3일째인 24일엔 그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살아 있어 미안하다(I’m sorry for living)고 내뱉는 등 감정을 보이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밴쿠버 인근 뉴웨스트민스터 소재 BC주 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판에서 검찰은 2002년 초 성매매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픽튼이 연방경찰(RCMP) 실종여성특별팀(Missing Women Task Force)의 빌 포디 경사와 나눈 인터뷰 내용을 담은 총 11시간 분량의 비디오테이프의 일부를 23일 처음 공개했고, 배심원단과 방청객 등은 다음 날에도 같은 테이프의 일부를 지켜봤다.
포디 경사와의 인터뷰 초반부터 태연한 분위기와 공손한 말투로 응한 픽튼은 심문 4시간째부터 약간 흥분된 어조를 취했다. 그는 “살아 있어 미안하다며 “그 여성들과 내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나 다시 30분 후 손을 흔들면서 큰 목소리로 “모나 윌슨이나 다른 여자를 죽이지 않았다. 왜 내가 이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포디 경사는 픽튼의 동료인 앤드루 벨우드씨와 인터뷰한 녹음테이프를 픽튼에게 들려주었다. 이 테이프에서 벨우드씨는 픽튼이 이들 여성을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해 자신에게 고백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픽튼은 “참으로 웃긴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국내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되는 픽튼은 80년대 초반부터 밴쿠버의 슬럼가인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최소 26명의 성매매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장의 수용한계로 인해 이번 공판은 6명의 피살자들에 대한 1급살인 혐의만을 다루고 있다.
픽튼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 그를 연행하러 들어온 또 다른 경관에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경관이 “뭐라도 먹었느냐고 물어보자 “내게도 먹을 권리가 있느냐고 묻는다.
픽튼은 “나는 사형수나 다름없다... 끝장났다... 나는 죽었다. 나는 걸어다니는 시체라면서 “나는 죄가 없지만, 내 주장을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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