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비자 정보 디지털 빌보드 ‘운전 방해’

2007-0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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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광고판 화려해진 건 좋지만‘운전 방해’

광고나 통지를 거는 판이라는 뜻의 빌보드가 변모하고 있다. 빌보드 회사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더 잘 끌기 위해 6~8초마다 이미지가 바뀌는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나온 빌보드들은 이미지가 움직이지는 않아서 그렇지 마치 텔리비전 스크린 같다. 문제는 이 빌보드들이 제 할 일을 너무 잘 하는지 운전자들을 더 한눈 팔게 만든다고 안전 전문가들은 걱정하는 것이다.

TV 스크린 같이 현란한 영상
한눈 파는 운전자들로 사고 위험
지난해 전국 400개에 불과했지만
10년후엔 전체 5분의1 차지 전망


현재 전국의 디지털 빌보드는 약 400개 정도지만 10년 후에는 미국 전체의 빌보드중 5분의 1, 즉 9만개 정도가 디지털로 바뀔 것이라고 미국 옥외광고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덕분에 3~5배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빌보드 회사는 물론 광고주들도 흥분시키고 있다. 기존 디지털 빌보드 중 다수를 설치한 회사인 ‘클리어 채널 아웃도어’와 ‘라마 애드버타이징’은 디지털 빌보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잘 모은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미 넘쳐흐르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눈을 끌려면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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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빌보드는 같은 자리에서 하루에도 여러 가지 내용의 광고를 보여줄 수 있다.>

디지털 빌보드는 또 고속도로 미화법이 통과돼 새로 세울 수 있는 빌보드의 숫자를 제한한 1965년에 여러 마을과 도시에서 벌어졌던 갑론을박을 재현시키고 있다. 대략 45만개에 달하는 미국 전체의 빌보드들 때문에 고속도로와 지역 도로변 경관이 망쳐지고 있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이에 빌보드 회사들은 자기들을 공간을 팔 권리가 있다고 맞서왔지만 사실 빌보드들은 길가에만 세워져 있지 않다. 요즘 광고판은 지하철이나 버스, 샤핑 몰, 사무실 건물, 공항들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업계에서 옥외 광고라 일컫는 분야는 그 성장률에 있어 인터넷 다음을 기록했다. 그렇더라도 텔리비전이나 인쇄에는 비교할 수 없어 2006년에 2,850억달러에 달한 광고 매출중 옥외광고는 67억달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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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주 매디슨의 벨트라인 하이웨이 선상의 디지털 빌보드>

빌보드업계는 디지털 간판이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안전 운전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확신할 만큼 충분히 연구된 바가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안전 운전에 대한 연구는 셀폰 사용에 집중돼 왔기 때문인데 연구자들은 디지털 빌보드가 구식 빌보드보다 운전자들의 집중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얼마전 연방 고속도로안전청이 위촉한 연구는 디지털 빌보드가 운전자들에게 위험을 제기하는지 여부를 더 깊이 연구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곧 공표될 이 연구에 따라 연방정부는 디지털 간판에 대한 추가 연구자금으로 15만달러를 배정했다.
그런 와중에도 디지털 빌보드 숫자는 자꾸 늘고 있다. ‘라마 애드버타이징’은 매달 28개 정도의 구식 빌보드를 디지털 빌보드로 바꾸고 있으며 매주 회의에서 새로 디지털 간판을 세울 장소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고 이 회사의 수석마케팅 담당자인 타미 티켈은 말한다. 그래도 자기 회사가 가지고 있는 15만8,000개의 빌보드 전부를 디지털화할 계획은 없이 제일 교통량이 많은 지역 것들을 변환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는데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고 티펠은 말했다.
“눈길을 끌기 때문에 좋다는 반응이 제일 많습니다. 색깔이 매력적이고 모양도 창조적이라 좋다고 합니다. 햇빛에 색깔이 바랠 염려도 없고요”
시티그룹의 방송업계 분석가 아일린 후루가와는 이윤폭이 구식 빌보드는 45% 정도였지만 디지털 빌보드는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서 투자가들에게 ‘라마 애드버타이징’과 ‘클리어 채널 아웃도어’ 주식 구매를 권한다.
디지털 빌보드는 판매방식이 구식 빌보드보다는 TV 광고에 더 가깝다. 구식 빌보드는 광고주들이 한번에 몇주씩 빌렸지만 디지털은 하루 또는 단 몇시간도 살 수 있다. CBS의 자회사인 ‘CBS 아웃도어’의 조디 세니즈 부사장은 디지털 간판은 엄청난 창의력과 융통성 외에 과거 옥외광고에서는 전혀 선택할 수 없었던 인구분포에 따른 차별화까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클리어 채널 아웃도어’는 밀워키, 탬파, 앨버커키 등 6개 도시에 디지털 빌보드 네트웍을 만들어 왔다. 이 네트웍을 이용하면 여러 도시 전체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광고가 나가도록 할 수 있다. 마치 TV 시청자들이 똑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똑같은 광고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리어 채널 아웃도어’는 샤핑몰 푸드코트에도 TV 스크린을 설치하고 있다.
빌보드 회사가 구식 빌보드를 디지털로 바꾸려면 로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떤 곳에서는 거절당하고 어떤 곳에서는 종래의 빌보드와 디지털 빌보드의 비율부터 디지털 이미지의 밝기까지 모든 것을 놓고 협상을 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기자>

뉴욕주 시라큐즈의 경우 작년에 설치한 디지털 간판 불빛이 너무 밝다고 행인들이 불평하기 시작하자 빌보드 회사가 얼른 밝기를 조정하기도 했다.
네브라스카주 오마하는 디지털 빌보드를 허가하지 않아왔고 앞으로도 빌보드 회사가 구식 빌보드 하나를 디지털로 바꾸면서 다른 빌보드 몇개를 없애겠다고 하지 않으면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그 사람들은 단추 하나 누를 뿐이지만 그래서 불빛을 번쩍이면 운전자들만 정신이 사나와지거든요”
소비자 중에는 디지털 빌보드가 여흥거리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코네티컷에 세워진 디지털 빌보드를 지날 때마다 계속 바뀌는 모양에 눈이 가 모든 내용을 읽는다는 케이틀린 니어리(22) 같은 아가씨도 있지만 셀폰 전화보다 디지털 간판이 더 한눈을 팔게한다는 사람도 있다. 알라바마주 베스타비아 힐스에 사는 리사 크리스토퍼는 자기도 디지털 빌보드를 보다 사고가 날 뻔 했지만 너무 밝은데다 마치 내 앞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 빌보드 때문에 걱정하는 다른 학부형들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빌보드는 베스타비아 힐스 조닝위원회로부터 소등명령을 받았다.

<뉴욕타임즈 특약.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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