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기유학 열풍‘환치기 조심’

2007-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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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액 떼였다”학부모들 하소연 잇따라

‘불법송금’들통 겁나 피해신고도 못해

(서울) 유학생 두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호주에 살고 있는 유모(50·여)씨는 지난달 중순 시드니한인회를 찾아 자신의 돈을 가로챈 이모(49)씨를 붙잡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자녀들이 다니던 어학원 책임자 이씨가 자기 친구의 계좌를 일러주면서 “이곳에 돈을 입금하면 환전 수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 없이 한국에 돈을 보내주겠다”고 해 25만 호주달러(약 1억8천여만 원)를 보냈는데, 이씨가 돈만 받아 챙긴 뒤 사라졌다는 것.
유씨는 “수수료가 싸다는 말만 믿고 돈을 입금했는데 완전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돈을 되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였다.
최근 조기유학생과 언어연수생 학부모를 상대로 한 역송금 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역송금이란 일종의 환치기로, 한국 측 은행계좌에 돈을 넣으면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 화폐로 지급 받는 불법 외환거래다. 이를테면 한국에 거주하는 학부모가 송금업자의 국내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이 업자는 현지계좌에서 돈을 빼 해외자녀에게 건네는 식이다. 비록 수수료를 떼지만 시중은행보다 더 싸고 빠르게 돈을 부칠 수 있어 해외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현재 조기유학생과 언어연수 중인 대학생 등 6만5천여 명이 몰려 있는 호주 시드니의 한인회에는 역송금업체로부터 수백만∼수억 원을 떼였다는 학부모들의 피해가 수십 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니한인회 조양훈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송금업무를 해온 업체들 이외에 방학철을 이용해 급조된 일부 업체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학부모와 교민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현재 시드니에만 40∼50개의 관련업체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민과 유학생이 몰려 있는 중국과 캐나다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인터넷 카페 ‘중국 상하이 한인모임’에서는 현지 역송금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사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구제는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해외송금은 외국환관리법상 은행을 통해서만 하도록 돼 있어 피해자들의 신고가 거의 없는 데다 설사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현지경찰과의 협조가 어렵고 불법 해외송금에 이용된 차명계좌·대포통장 실제 이용자의 추적도 힘들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경찰에 직접 호소하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는 경우가 많다”면서 “처음부터 정상적인 은행거래로 송금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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