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부모가 만드는 주류사회 지도자’

2007-01-1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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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학기 UC Irvine에서 ‘Asian American Psychology & Mind-Body Connection’라는 강의를 시작하는 크리스틴 최(한국명 최윤희) 박사의 강사초빙 요청을 받고 필자는 덥석 허락은 했지만 학생들에게 뭘 강의해야 할 지 가벼운 고민에 빠져 있다. 사실 최 박사가 어바인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최 박사가 자랑스러워서 기꺼이 강의를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최 박사가 자랑스러운 이유는 이러한 강의를 그녀 스스로 학교를 상대로 해서 개설하였다는 점이다. 어바인 대학교 부총장에게 과목 개설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강의를 개설하였는데, 동양인들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학생들의 교육을 통해서 주류사회에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한국계를 포함하는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에 큰 소득이다. 주류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노라면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인한 미묘한 문제들이 필자를 가끔 괴롭히고는 했었기에 이 문제는 보통 이상으로 피부로 느끼고 있었던 차에 이런 강의를 최 박사 스스로 개척하였다는 사실이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학과목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최 박사에게 마음으로 지원을 보내고자 한다.
필자는 최 박사처럼 20대 중반에 주류사회의 전문 직업군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1.5세, 2세 한인자녀들을 보면서 그들이 지닌 어떤 특성이나 공통분모를 찾고자 노력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젊디젊은 나이에 주류사회에 당당한 전문직업인으로 만드는가? 이들은 타고 난 머리를 지녔는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중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가?
이들에게서 드러나는 가장 분명한 공통분모는 대학원 교육이다. 주류사회 전문 직업군에 발을 딛는데 대학원 교육은 필수적이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대학 진학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는데 사실 함께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자녀를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일찍부터 교육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하겠다.
교육의 최종 목표를 대학원으로 하여 초·중등학교에서부터 그 가치를 설명하고 대학원에 대한 정보를 자녀와 의논하게 되면 대학교육은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과정으로 자녀들이 받아들이게 된다. 전문직업인들을 만나보면 대학보다도 대학원을 어디서 하는 가가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원은 그런데 공부머리로만 가는 곳이 아니다. 학습 지능지수(IQ)가 뛰어나도 인간관계, 감정관리, 사회생활 기능이 결여되어 있으면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준비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다. 교수와 인간관계 맺기, 추천서 확보하기, 평점유지와 GRE, MCAT과 같은 시험 준비를 위한 동기부여, 자기절제력, 미래지향적 계획행동, 정체성 뚜렷한 자기소개 에세이, 대학 재학중의 연구 활동, 학술지 논문발표 등은 IQ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인간의 또 다른 기능이며 이런 곳에서 대학원 진학은 결판이 난다고 보아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젊은 지성인들을 통하여서 필자는 그들의 창의성, 도전정신, 미지세계를 개척하겠다는 담대하고 당당한 의지와 자기 주장을 읽을 수 있었고 이것은 부모가 어린 시절 심어 준 교육의 가치관에 바탕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 아빠가 정서, 인간관계, 사회기능을 일깨워주는 부엌 식탁에서의 대화에서 발단하고 있음을 또한 발견하게 된다. 필자의 칼럼을 통하여서 자주 강조한 바 있는 ‘structure와 care’ 이 두 가지가 가정에 존재할 때 이러한 기능은 발달되게 된다. Structure는 그 집안을 지탱하는 분명한 규율을 말하며 care는 이러한 규율을 인내, 관용, 포용으로 부모가 실천하는 조건 없는 부모 사랑을 말한다. 이 두 가지를 분명하게 갖춘 가정에서 자녀들은 창의성, 도전정신, 미지 세계의 개척정신을 배우게 된다.
rksohn@yahoo.com
(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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