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나 박, 6개월간 투쟁 끝 수업교재 사용않기로
“평범한 주부였는데 딸 덕분에 마치 독립투사라도 된 느낌입니다.”
수잔나 박(46·뉴욕 웨스트체스터 거주)씨는 최근 미국내 학교에서 한국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요코 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본보 2006년 12월16일자 A3면 등>에 대한 자료수집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씨가 ‘요코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순전히 딸(라이 컨트리 데이스쿨 7학년) 아이 때문이었다. 딸이 6학년이던 지난 3월 학교 수업교재로 채택돼 두 달간 학습하게 된 ‘요코 이야기’를 읽고는 한국 역사 왜곡은 물론, 한국인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 전달을 문제로 지적하며 스스로 수업거부를 공개 선언했던 것.
부모나 주변인의 어떠한 지시나 강요 없이 딸이 스스로 택한 결정이었기에 박씨는 남편과 더불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6개월간의 투쟁 끝에 승리를 얻었다. 학교와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지난해 9월 ‘요코 이야기’를 수업교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학교의 최종 결정을 이끌어냈던 것.
박씨의 성과는 비슷한 시기에 보스턴에서 학교와 교재 채택 문제로 갈등 중이던 한인학부모들에게도 큰 힘을 실어줘 학교의 1차 삭제 결정을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씨는 “히틀러나 나찌 독일장군의 딸이 이런 책을 썼다면 유대인들도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요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일본인의 만행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 패망한 일본인의 모습을 피해자로 과장되게 묘사한 것도 문제지만 어른도 아닌 어린 학생들에게 정규학교에서 수개월씩 수업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라이 컨트리 데이스쿨에서는 벌써 13년째 이 책을 6학년 교재로 사용해오던 터였다.
박씨는 학교의 최종 승복을 받아내는데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계속해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저자인 요코 카와시마 왓킨스의 아버지가 마루타 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731 부대 고위 간부였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보다 확실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기모노 차림으로 오랜 세월 전국의 공·사립학교에서 강연 중인 저자가 가족사까지 거짓으로 포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에서는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한국어 번역본은 영어원본과 다른 내용으로 쓰여진 부분이 많아 한국인들조차 이 책이 한국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과 보스턴에서 펼쳐지는 교재 목록 삭제 운동에도 적극 동참할 예정인 박씨는 “단순한 한국역사 왜곡만을 문제 삼으면 교재 목록 삭제 요청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버지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