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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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P.S. 41 5학년 서지은 양

2007-0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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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는 한인 노인들이나 신규 이민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약사가 되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 바쁜 12월 말 뉴욕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당찬 소녀를 만났다.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지만 한국에서 자란 학생들보다 더 한국말이 뛰어난 소녀다.현재 뉴욕시 공립학교 P.S 41 5학년에 재학 중인 서지은(10.사진)양.

건축업을 하는 서영교 씨와 서미정 씨의 1남 1녀 중 장녀로 한국어 공부를 위해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 성경 읽기 및 쓰기를 지속해왔다고 한다.
서 양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한국어 사용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셨다”며 “한국어구사가 자유로움에 따라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쉽게 이중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래서일까 서 양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더 뛰어나 영어 어휘 구사력이 이미10대를 넘어섰다.


학교 내 영재반에서 수업을 받는 서 양은 “언어라는 것이 다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전혀 다른 문법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어와 영어지만 근본적으로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앞으로 약대에 진학해 전문 약학 박사로의 진로도 이미 정한 10세의 당찬 소녀 서지은양은 이를 위해 더욱 한국어와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과거 언어 문제로 인해 몸이 아파도 약국이나 병원을 찾지 못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접했기 때문이다.

서 양은 “어른들을 볼 때 영어가 뛰어난 사람들은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어가 뛰어난 사람들은 영어 구사에 힘들어 하는 등 생각보다 이중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적어 미국 사회에서 언어 소통이 힘든 노인이나 초기이민자들이 전문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 이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병이라는 것은 초기에 치료하면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고 큰 병으로 발전되지도 않는다”며 “누구나 쉽게 찾아 상담할 수 있는 전문 약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영어 열풍으로 인해 집에서 한국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영어만 쓰도록 하는 현 시대에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서지은 양의 한국어 사랑은 우리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하게 한다.

<윤재호 기자>
jhyo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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