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목사(얼라이언스신대원교수)
몇 주 전만 해도 온 산야가 불붙는 듯 타오르더니 이제는 나무들이 옷을 다 벗어젖히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 따라 날씨도 건조해서 발밑에 밟히는 낙엽소리가 산행하는 나그네에게 더욱 정다웠다.
그동안 블루 트레일(산길)로만 많이 다녀서 블랙 트레일을 택했다. 블랙 트레일은 산 능선을 타고 여러 봉우리를 거치는 코스라 탁 트인 것이 경치를 완상하기에는 그만이어서 지난겨울 토요일마다 즐겨 찾던 코스이기도 하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오찬 나눌 장소를 찾으며 가던
길이었다. 동행하던 오 목사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목사님 여기 나무 좀 보세요. 참 희한하게 자라다 부러졌군요.”
산행을 하며 나무가 부러진 모습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이 나무의 경우는 특이했다. 큰 바위에 너무 근접해서 자라다보니 둥치가 제법 굵게 자라기는 했는데 지면에서 1미터 정도에 바위가 나무둥치의 반 이상을 먹어 들어서 그 부분만 가늘었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람에
사정없이 부러져 나뒹굴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나무가 쓰러진 근본적 원인은 애초부터 너무 바위에 근접한 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나무가 아직 어릴 적에는 바위 덕분에 산정에 몰아닥치는 바람에도 타격을 덜 입고 그런대로 잘 자랐지만 위로 뻗어나가면서 둥치가 굵어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산정이라 북풍한설
이 몰아치곤 하기 때문에 바위 쪽으로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상태로 둥치가 굵어지면서 바위와 닿은 부분만큼은 둥치가 먹힌 상태로 자란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무는 계속 뿌리에서 물을 받아 위로 옆으로 가지를 뻗다 보니 그 무게를 감당할 길이 없이 제일 연약한 부분, 즉 바위에 먹힌 부분이 여지없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이 나무를 보면서 내 마음에 떠오른 것은 한국의 치맛바람 현상이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이나 대도시에 국한되었던 현상이었던 것이 이제는 나라 전역에 만연해 있다.
치맛바람의 대상은 주로 아이들이다. 유치원 때부터 엄마들이 아이들의 삶에 발 벗고 나서서 아이가 스스로 설 기회를 박탈해 버린다. 아이들의 삶을 간섭하는 엄마의 삶 자체가 되어 버린다. 문제는 다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엄마의 극성스런 간섭 속에 자란 아이가 과연 험한 세파에서 꿋꿋하게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부모의 간섭이 지나치다 보면 자녀는 스스로 서기를 거부하고 항상 의지하는 타성이 붙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간섭, 즉 보호에 익숙해져서 그 속에 안주하게 되고, 급기야는 바로 그것이 약점이 되어서 세파가 조금만 심해져도 무참하게 뚝 부러지는 인생으로 전락한다.
기억하시라. 자식을 망치는 것은 엄마의 치맛바람이란 것을. 아무리 내게 귀해도 머지않아 세파 속에 홀로 서야 할 인격체이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띄워서 자녀를 훈계로 키워야 한다. 그리하면 둥치가 고르게 올라간 나무처럼 튼튼하게 자라서 웬만한 세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동량감으로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