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떼먹는 얌체족 때문에…한인학원가 고민중
2006-11-30 (목)
자녀의 학원비를 제때 납부하지 않는 한인 학부모들이 늘고 있어 뉴욕 일원 한인 학원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갑작스런 집안 사정으로 부득이 학원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문제는 갈수록 고의적으로 학원비를 내지 않으려는 얌체족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 베이사이드 A학원의 B모 관계자는 “학원은 물건을 파는 가게와 다르다. 교육자 입장에서 학원비를 장기 연체한 학생에게 더 이상 학원에 오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돼 돈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떤 학부모는 2년간 학원비를 내지 않다가 어느 날 종적을 감춘 경우도 있다고.
플러싱 C학원의 D모 관계자는 “타민족 학부모들은 거의 100%가 제때 납부하고 중국인들은 선불로 일시불 지급하는 대신 할인을 요구한다. 반면, 한인들은 분할 지급하면서도 할인을 원하다가 결국은 잔금조차 치르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본보가 파악한 바로는 뉴욕 일원 한인 운영 학원가에서 학원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 학부모 비율은 대략 70~80%를 차지한다. 그나마 소득이 안정된 외곽지역으로 갈수록 비율은 절반 미만으로 낮아져 다소 사정이 나아지는 편이다.
얌체족 학부모들은 주로 초반에는 학원비를 제때 지불하지만 갈수록 지급일을 늦추다 아예 종적을 감추기도 하고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6개월 단위로 학원비를 내지 않은 채 여러 학원을 떠돌기도 한다. 학원의 잔소리에 어쩔 수 없이 개인수표를 끊어주고도 부도를 내는 일이 허다하고 때로는 후불 지급을 약속해 놓고도 학원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돈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다.
학원가에서는 상습적으로 학원비를 떼먹는 학생과 학부모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학원가의 형편상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약삭빠른 학부모들은 이런 사정을 틈타 더욱 교묘한 잔꾀만 부린다는 것. 일부에서는 학원비 장기 연체 증가는 선 수강·후 지불을 앞세워 수강생을 유치하려는 학원가의 경쟁을 낳은 결과로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플러싱의 E학원 F모 관계자는 “학원 개원 직후 초창기에는 학원비를 내지 않는 학부모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고민 끝에 5,000달러 미만까지 취급하는 소액청구소송으로 밀린 학원비를 보상받는 방법을 시도해 여러 건을 해결한 이후부터는 문제가 줄었다”며 “물건을 사고 돈을 안내면 도둑질이라고 가르치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비를 장기 연체하거나 빼돌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