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수첩/ 민사 소송의 명분과 실리

2006-11-14 (화) 12:00:00
크게 작게
민주 평통 뉴욕 지회 산하 필라 지부(회장 김경택)가 작년 11월 실시한 청소년 대상 통일 에세이 공모전에서 시상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응모자인 여고생 기소연(첼튼햄 고교 11학년)양이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방 법원은 피고인 측(평통 필라 지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필라 교외 몽고메리 카운티 엘킨스 파크 지방 법원의 엘리자베스 맥휴 판사는 지난 주 심리한 재판에 대한 판결을 “Judge enters for the defendant라고 적어 원고(기소연 양)와 피고(김경택 회장)에게 각각 우편으로 보냈다. 기소연 양이 지난 8월 8일 김경택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
한 3,500달러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은 이로써 일단락됐으며 김 회장은 에세이 공모전 시상(상금 총액 5,500달러 상당)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여고생이 현직 변호사인 김경택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기소연 양의 입장에서 본다면 명분(판결)에서는 졌으나 각종 단체장을 맡고 있는 공인(Public Figure)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를 제공했다. 김경택 회장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공모전 시상을 취소했다가 기 양의 소송 제기 후 모든 참가자(5명)에게 결국 감투 상(상금 300달러)을 지급하는 고육지책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응모자 3명이 감투 상마저 반납해 김 회장의 입장에서는 판결이 본인에게 호의적임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필라 한인 사회에는 공공 단체들끼리, 또 공공 단체와 민간 기업 사이에 각종 민사 소송이 거미줄처럼 엮어져 있다. 이들 민사 소송은 몇 년 째 진행되고 있어 지출된 변호 비용만 합쳐도 한인회관 건물을 한 채를 매입할 정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소연 양-김경택 평통 회장 소송 건에서 보듯 민사 소송은 원고와 피고 한 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명분뿐만 아니라 실리에서도 실속이 없는 민사 소송에 대해 총력 투입하는 한인 단체를 지켜보는 한인들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처럼 보인다. <홍진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