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 초등학교의 한인 학부모 샤니 오씨가 등교시간에 어린이들의 안전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등교시간에 한인 학부모들이 3가 초등학교에서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디 양, 박현숙, 샤니 오씨.
3가 초등학교의 개학 첫날. 긴 방학의 기지개를 켜는 어린아이들과 학부모들로 정문 앞 골목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교실을 찾아다니랴, 지난 석달간 못 본 부모들과 인사하랴 정신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분주한 학부모는 신디 양씨. 7년째 3가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녀는 이번 새학년도에 오전 등교시간의 교통정리를 도울 학부모들을 찾고 있었다. 이전의 봉사자들 가운데 자녀가 졸업한 부모들이 있어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했다. 양씨는 자원봉사 스케줄을 그린 노트장을 가지고 다니며 봉사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이름을 시간별로 적는데 아직도 빈칸이 많이 남아있다. 양씨에 따르면, 3가 초등학교에서 한인 학생이 60%를 차지하는데 자원봉사를 하는 부모들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특히 3가 초등학교와 같이 주로 저소득층 지역 학교에 제공되는 타이틀 I 보조가 없는 학교들은 학부모들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데 타인종 부모들에 비해 한인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학교를 도움으로써 자녀를 돕게 되는 학부모 자원봉사 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3가 초등학교를 통해본 한인 자원봉사 실태
3학년과 7학년 자녀를 둔 신디 양씨는 6년째 3가 초등학교에서 약 740명 어린이들의 교통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매일 오전 7시20분에 나와서 오전 8시30분까지 교통정리를 뒷바라지한 후에는 이어 10시∼11시까지 사무실에서 교사들을 위해 학습 자료를 복사해주는 도우미 역할도 맡고 있다. 지나치는 교직원들마다 양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금요일에는 학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피자를 팔아 기금을 모금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일부터 당장 필요한 것은 교통정리를 도울 봉사자들.
“돕고 싶은데 3살짜리 아이가 있어서요.” 한 학부모가 발뺌한다. “같이 데리고 나오셔도 돼요.”
다른 학부모는 “앞으로 일하게 될지 몰라서”하고 망설인다. “오전 7시45분부터 8시5분까지만 하시면 되는데...”
마침내 또 다른 학부모가 “저는 화요일이랑 목요일에 할 수 있어요”하며 도움을 약속했다.
양씨는 미국 부모들은 풀타임 엄마들도 열심히 일하는데 전체 학부모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인들은 학교 참여가 부족해 솔직히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지금은 영어가 능숙한 1.5세 및 2세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참여도가 너무 낮다고 아쉬워했다. 자원봉사 외면이 꼭 영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비교적 높은 편으로 자녀들이 커서 중고교로 올라가면서 학부모들의 참여는 더 줄어드는 편이다.
LACES의 마가렛 김 교장은 약 1,600명의 학생 가운데 200명이 한인 학생으로 한인 학부모회가 지난 1월 결성돼 앞으로 활성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교장은 LACES가 매그닛스쿨이라 한인 학부모들이 지역별로 떨어져 있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한달에 한 번씩만 봉사를 하거나 학교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학교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부모를 보는 것을 어색해할 것으로 우려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팔로스버디스 페닌술러 고등학교에 9학년과 12학년 자녀가 다니는 리미 우에다씨는 첫째아들이 킨더가튼에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해 12년째 학교 자원봉사에 몸담고 있는 베테랑. 그는 옛날에는 교실마다 보조교사(TA)가 있었지만 이제는 예산삭감으로 그렇지 못해 어느 때보다도 학부모들의 봉사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우에다씨는 현재 페닌술러 고등학교의 칼리지 커리어 센터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가을이 가장 바쁜 시기라며 역시 봉사할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12학년의 경우 졸업 등 학교 행사가 많기 때문에 봉사할 부모들도 더 많이 필요하다.
자원봉사 학부모들은 시간을 조금만 투자해도 혜택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교실에서 직접 교사를 도와주는 것만큼 교사를 잘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3가 초등학교에서 K학년을 가르치는 조앤 리씨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부모님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은 모범생이 아닌 경우가 없었다”며 “어린 나이인데도 부모들이 열심인 것을 자기들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의 도움이 없다면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재미있는 활동을 그만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봉사하는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자녀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알게 되므로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에다씨는 오랫동안 학교에서 봉사를 하다보니 자녀들에게 자원봉사가 단순히 대학 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분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길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면서 결국에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칼리지 센터 카운슬러들을 도와주면서 대입준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