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사모 신앙수필/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하나님 손에

2006-07-0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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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한 여름. 조금 전에는 소낙비가 엄청 쏟아졌는데 지금은 또 다시 파란 하늘에 햇님이 출근하셨네요. 날씨가 마치 흐렸다 개였다 하는 우리 마음 같습니다. 사실은 어떤 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지고 속상해서 입술을 쭈욱 내밀고 책상 위에 엎드려 ‘불만’의 ‘ㅂ’을 썼다가 예수님 얼굴을 생각하며 억지로 지우고 그 위에 ‘감사’의 ‘ㄱ’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으나 다시 생각하니 그 안에는 보석보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일로 받은 작은 상처에 화가 나서 ‘복수’의 ‘ㅂ’을 썼다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며 다
시 지우고 ‘용서’의 ‘ㅇ’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내게 있는 모든 걸 걸고 복수를 하기로 했으나 그보다는 용서가 더 아름답고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이 갑자기 평안해졌습니다.

은혜는 흐르는 물 위에 새기고 원수는 돌 위에 새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움을 받고 은혜를 입었던 일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섭섭한 일을 당했던 일은 마음속에 쓴 뿌리가 되어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런 황당한 기억력이 사람과의 관계를 얽히게 하고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산속의 적은 물리치기 쉬워도 마음속의 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렇듯 생각이 인생을 좌우하고, 마음의 질이 삶을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언제나 피를 토하는 듯한 잔인한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조금 부족한 듯 조금 못난 듯 조금 손해 보는 듯 조금 바보인 듯 조금 약한 듯 하면 어떻습니까? 행복은 참으로 자기를 아낌없이 비워낸 자, 끊임없이 사랑하고 감사하는 자, 기도하고 인내하는 자의 몫임을 나는 고난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살면서 감사했던 일, 좋았던 일, 기뻤던 일, 그 잔인한 때...나를 치료해줬던 위로의 말씀과 안식. 눈가를 적시던 눈물, 그리고 기도. 그 은혜를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 험한 세월의 강을 온 몸으로 저어 건너왔기에. 몸으로 부딪치며 울기도 하고 아파하며 주님을 의지하여 믿음
으로 건너왔기에 강의 물살과 방향과 깊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경험과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흔히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지요? 이래도 예쁘고 저래도 대견스러워 상대방의 단점을 단점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요. 내 생각엔 아마 우리 하나님도 콩깍지가 씌웠나 봅니다. 약점 많고 단점 많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당신의 자녀라고 부르시니까요.

그런 하나님이신데, 우리가 당하는 고통을 다 알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절대 우리를 섭섭하게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는 힘이 들 때 다른 사람은 다 행복한데 혼자서만 힘든 것처럼 서러워하고 아파합니다. 하지만 그 곁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이 힘들어 하며 살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고통 앞에서 그 고통의 이유를 꼭 알아야 하겠다고 고집하지는 않습니까? 이 세상에서는 고통당하는 이유를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마지막 때에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이유는 바로 사랑과 감사가 식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이나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 매일 물과 햇빛이 필요하듯이 행복한 믿음이 자라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감사는 높고 낮음이나 많고 적음이나 좋은 환경이나 외적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는 예수님을 모신 존재의 넉넉함을 통해 누리는 자족입니다. 환경을 초월해서 경험하는 신령한 기쁨입니다.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는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가 바로 감사라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하나님 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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