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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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밀알복지홈 자원봉사 변영아 양

2006-06-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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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저녁 플러싱에 위치한 뉴욕밀알복지홈의 공부방에는 두 여학생이 책을 펴 놓은 채 서로의 눈을 보며 손짓으로 대화에 열중하고 있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로의 손짓이 오간 후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자 상대 여학생은 무언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는다.

롱아일랜드 쉬라이버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변영아(미국명 베키)양은 또래 아이들이 한창 주말을 즐기고 있는 시각, 선천성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한 살 위 아름양과 함께 수화를 이용해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처럼 영아양은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밀알복지홈을 찾아 검정고시(GED)를 준비 중인 아름 언니를 도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엔 아름 언니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겠냐는 복지홈 단장님의 부탁에 무척 망설였어요. 수화를 전혀 모르는 저로서는 언제 수화를 배워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거든요. 하지만 서툰 제 수화를 아름 언니가 금방 이해해주고 도와주기도 해서 이제는 서로 대화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됐어요.”

영아양은 사실 아름양의 공부를 돕기 위해 일부러 2개월 전부터 매주 토요일 뉴욕밀알복지홈에서 수화를 배워오고 있다. 지금도 등하교 시간이나 차를 타는 시간 등 짬이 날 때 마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수화 단련을 위해 맹연습 중이다.영아양의 뉴욕밀알복지홈 자원봉사활동은 지난해 말 딸에게 ‘소외된 삶을 돕는 행복’을 가르쳐줘야 겠다는 아버지 크리스 변씨의 권유가 인연이 됐다.
영아양은 아름양외에도 현재 정신지체 장애우 오빠와 언니 3명에게 매주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고 있다.


“처음에는 장애우 언니들과 함께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게 언니, 오빠들이 마음을 열어주고 조그만 도움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에 이제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여행사를 경영하는 영아양의 아버지 크리스 변씨는 “맨날 어린애인 줄 알았던 영아가 대학진학을 앞두고 학교생활도 힘들 텐데 한주도 빠짐없이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특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영아에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줬는데 영아가 아빠의 뜻을 잘 이해해주는 것 같아 뿌듯할 뿐입니다”라며 흐뭇해 했다.

영아양은 학교에서도 수재로 꼽히는 우등생이다. 영아의 학교 성적은 평점이 4.5만점에 4.2를 받을 정도로 매우 우수할 뿐 아니라 최근 치른 SAT시험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6년간은 뉴욕시 교육부가 운영하는 영재 수업반 ‘알파 프로그램’을 수료하기도 했다. 영아 양은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원래는 대학에 진학해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뒤 비즈니스우먼이 되는 거예요. 잘살고 못사는 사회가 없는 모든 나라의 경제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하지만 이제 장래 꿈이 또 하나 생겼어
요. 앞으로도 장애우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우리 사회가 장애우들에게 보다 큰 관심을 갖고 배려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거예요”라며 활짝 웃는다.<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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