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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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캠프

2006-06-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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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가치.의미 깨닫게 돼요’

한인 청소년들의 극기 훈련 프로그램인 ‘광야’가 오는 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6기 캠프에 들어간다. 참가 청소년들의 큰 호응으로 올 여름 방학기간 동안에만 3차례 실시하게 되는 광야 캠프는 벌써 6기와 8기(8월20일~26일)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7월30일부터 8월5일까지의 7기 프로그램 정원 50명중 10여명의 자리만 남아 있을 정도다.
2002년 여름에 시작, 횟수로는 4년 밖에 안된 이 캠프가 한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캠프 이수자의 변화 때문이다.

단 7일간 실시되는 캠프 생활 후 청소년이 삶이나 가족에게 대하는 모습이 바뀌는 등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참가 학생 부모들은 전한다. 본보가 특별 후원하고 있는 캠프 ‘광야’가 청소년의 삶에 변화를 주는 비결을 프로그램을 통해 살펴본다.

광야 캠프를 주최하고 있는 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의 이상숙 대표는 인생 밑바닥에서 나오는 절규의 간증에 청소년들이 인간애를 느끼고 이를 통해 인생을 보는 눈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4년전 처음 광야 캠프를 실시하고 참가 청소년들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했지만 참가자들의 요청에 힘이어 다음에 2회를 실시하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며 “결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캠프를 3차례 마련한다고 밝힌다.
광야 프로그램의 특징은 모든 일을 참가 학생들이 직접 한다는 것이다.
자연환경 좋은 뉴욕 업스테이트 해리스의 시라판드 캠프장에 도착한 학생들은 먼저 그룹으로 나뉜 뒤 자신들이 7일간 묵어야 하는 텐트를 직접 셋업한다. 7~8명이 들어가는 비교적 큰 텐트를 직접 조립해야 하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왜 내가 이런 힘든 일을 해야 하는지 불만에 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텐트 셋업 후 어느 정도 짐 정리를 하면 같은 텐트를 사용하는 그룹과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 보는 또래들이라 서먹서먹하고 취향이 다른 것 같아 불편하지만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참가자와 말을 나누게 된다. 저녁시간이 되면 직접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해야한다. 불을 지피고 햄버거 고기를 굽고 샐러드를 만든다. 신기해하며 재미있어 하는 애도 있지만 귀찮아하는 참가자의 모습도 보인다. 저녁시간 부모님에게 편지 쓰는 시간에는 대다수가 왜 이런 곳에 보냈냐고 불평을 털어 놓는다. 이 편지는 부모님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6시에 기상한 청소년들은 먼저 멀리 떨어진 세면장에서 세수를 하거나 샤워를 한다. 그리고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먹을 점심용 샌드위치까지 직접 만든다. 식사후에는 그룹에 따라 교도소, 홈리스 센터, 병원, 양로원 등 정해진 곳으로 출발한다. 가장 일찍 출발하는 그룹은 사랑의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로 새벽 6시30분에 출발한다.
멀게는 30마일 이상의 거리까지 밴으로 이동해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 학생들은 불편한 첫날을 맞지만 대개는 봉사장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멀쩡하게 생긴 남자 성인이 양말을 살 돈이 없다며 홈리스 센터에 와서 양말을 얻어가거나 무섭고 불결해 보이는 홈리스들이 무료 급식을 먹는 모습, 나이든 홈리스 할머니가 새 바지를 달라고 하는 모습을 통해 인생을 사는 모습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그 누구의 설명 없이 보게 된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다.
피스킬 교도소나 싱싱 교도소를 찾은 그룹도 마찬가지. 흉악 범죄자들이 있다는 소리에 바짝 겁을 먹고 교도소에 들어가서는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생을 감옥에서 사는 그들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된다. 가족보다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더 좋고 비싸고 이름있는 물건을 갖기 위해 나쁜 짓을 하고, 친구를 위해 총을 쏴 그 사람을 차가운 땅속에 묻게하고 자신은 자유가 없는 감옥에서 생활한다는 모범수들의 간증 속에서 그들도 자신과 똑같은 인간임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들도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고 친구와 말이 더 잘 통하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옆에 남는 사람은 가족 뿐이라는 재소자들의 말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한번의 잘못된 결정이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도 그들을 통해 배우게 된다.

장애 어린이들을 돕는 봉사를 통해 자신의 신체가 튼튼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끼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봉사가 끝난 후 캠프장으로 돌아간 후에는 자신들이 느낀 것에 대해 발표, 입으로 시인하며 또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삶을 보는 시야를 넓혀 간다.
이상숙 대표는 “자신의 느낌을 입으로 시인하며 그 감동이 더 오래가고 또 잊지 못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피곤에 지친 학생들에게 이런 시간을 준다”고 배경을 설명한다.이외에도 밤 11시 취침 시간 전까지 다음날 장소에서 발표할 자신들의 장기 연습과 마지막 날 해야 하는 연극 연습도 틈틈이 한다. 다음날 새벽 6시 기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친해진 그룹 멤버들과 그날의 일을 나누느라 밤새 소근 소근 거린다.

셋째날부터 봉사장으로 출발하는 아침 밴안에서 모두 모자란 잠을 채우기 위해 달콤한 잠에 빠진다. 그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소중함 속에서 바쁘게 봉사활동을 하고는 캠프장으로 달려와 저녁을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먹고 또 그날 배운 것을 서로 나눈다.7일간 캠프를 하며 힘든 시간을 함께 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느낀 동기 친구들은 평생 잊지 못하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이수 학생들은 전한다. 이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에게는 물질적 부유보다는 인생의 가치와 의미, 보람을 채워주는 것이 훨씬 성장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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