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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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벤자민 카도조 고교 12학년 정예슬 양

2006-05-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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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효녀가 되고 싶어요.”
퀸즈 베이사이드에 살고 있는 정예슬(18·벤자민 카도조 고교 12학년)양은 항상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속이 깊은 소녀이다.
타고난 근성과 노력으로 미국에 온 지 불과 2년 만에 영어를 습득하고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대학 진학이 결정된 대부분의 12학년생들에게 있어 마지막 봄 학기는 편하게 ‘쉬면서’ 지내는 것이 관례이지만 예슬이에게 만큼은 예외이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크레딧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점심시간도 없이 10시간을 모두 수업에 전념하고 있어요.”주말에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테네시와 앨라배마를 방문, 홈레스들을 위한 선교활동에 참여했다.

예슬이의 열정은 컴퓨터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한 바 있는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인 지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라면 예슬이의 관심 밖을 벗어날 수 없단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중학교 때 부터인가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예슬이의 장차 희망은 의학계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요즘 거의 모든 의학 기계들이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진을 위해 보다 쓰기 편하고 정확한 의료기계를 개발하고 싶어요.”예슬이는 얼마 전 기쁜 소식을 우편함에 받았다. 컴퓨터학으로는 미 전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카네기 멜론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예슬이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제가 영주권자가 아니라서 학교측이나 정부로부터 학비 보조를 전혀 받지 못해요. 아침부터 밤까지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매년 몇만달러가 되는 학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답니다.”

기자가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지만 부지런히 노력하면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위로하자 “정말 그럴까요”라며 눈시울을 적신다.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던 대학으로부터 입학 통지서를 받은 뒤 기뻐하기 보다는 부모의 형편과 마음부터 헤아리는 예슬이를 보며 ‘요즘 세상에서 보기 드문 효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점심시간도 없는 바쁜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동생들을 가르치러 바로 집을 나서는 예슬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하루에 단어 50개씩을 무조건 외웠다는 집념의 소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독지가는 없는지....?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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