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심사기준의 모순
이민국의 서류심사 기준은 심사관의 개개인에 따라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허술하게 준비된 서류가 문제없이 통과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온갖 정성을 쏟아 세밀히 준비한 서류가 완전히 무시되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똑같은 조건의 취업 비자
심사관따라 구비서류 다르기도
이렇게 심사기준이 차이가 나는 것은 각 심사관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폭이 너무 넓거나 재량권의 남용에서 비롯된다. 또는 심사관의 법률 지식의 차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민국은 각 지역센터마다 수백명에 달하는 서류 심사관들이 있다. 이들은 일괄적인 심사교육을 받지만 그 심사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개개인의 차이가 심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취업이민 신청의 경우를 보자. 고용주의 급여지불 능력을 심사하는데 있어서 어떤 심사관은 무조건 회사의 순수익이 외국인의 급여액수에 못 미치면 케이스를 거절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서류가 다른 심사관에게 배정되었더라면 회사의 순수익이 약간 모자란다 하더라도, 보완 설명과 추가 자료를 참작하여 얼마든지 승인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똑같은 케이스가 어느 심사관에게 배정되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틀려지기도 한다.
똑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신청하는 취업비자 케이스도 그렇다. 한 명은 아무 추가서류 요청 없이 바로 승인이 나오고, 다른 한 명은 수많은 추가서류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리 똑같은 케이스라도 심사관이 누구냐에 따라 구비서류의 종류와 기준이 틀리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류심사뿐만 아니라 인터뷰 때 심사기준도 각 심사관마다 큰 차이가 난다. 이민국에 다니다보면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심사관이 있는 반면, 될 수 있으면 안 만나길 원하는 심사관이 있다. 인터뷰를 너그럽게 친절히 신속하게 진행하는 심사관이 있는 반면, 유난히 까다롭게 굴며 시간을 끄는 심사관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법을 집행하는 심사관들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분명한 이민국의 모순이다. 시민권자의 배우자 케이스를 예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시민권자의 배우자 케이스는 비교적 간단한 이민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심사관들은 이런 케이스를 인터뷰하는데 있어서 5분이나 10분 이상을 소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까다로운 심사관을 만나면 한시간에 가까운 인터뷰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서류를 가져오라며 시간을 막연히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케이스에 따라 좀더 신중한 인터뷰를 요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유난히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모든 케이스에 적용하며 제출하는 모든 서류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심사관이 있다.
이렇듯 이민국의 심사기준이 각 심사관 개개인의 재량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것은 신청인들에게 상당한 불편과 불안함과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다 보니 자격이 부족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운 좋으면 넘어가겠지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무모하게 신청하는 케이스가 생기게 된다. 반대로 충분히 승인 자격이 되는 케이스도 끝까지 마음을 조려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물론 심사관의 차이로 인하여 최종 결과가 틀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심사관의 차이로 인해 비슷한 케이스가 하나는 너무 쉽게 되고 하나는 너무 어렵게 되는 사례는 너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민국 심사관의 재량권은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너무 주관적인 재량권의 남용은 점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강 지 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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