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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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웅들

2006-0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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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부터 한국민과 세계는 생명공학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황우석 교수의 사기 조작극의 결말을 착찹한 심정으로 지켜 보아야했다. 사회 지도층, 그것도 교육과 과학분야의 지식인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사람들은 커다란 실망을 했지만, 한국 사회가 현재 처한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란 점에서 따끔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나는 그가 소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몸을 실었었다고 본다. 자신의 몸이 뜨거운 불에 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눈이 부시게 환한 빛을 향해 뛰어 드는 불나방과 같은 어리석음을 그에게서 본 것이다.
끝 갈곳없는 인간의 탐욕은 그렇게 눈을 멀게 하고 파멸로 이끌지만, 사람들은 그 길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남들 보다 더 좋고 높은 자리 차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세 한번 부려 보고 싶은 욕망이 누구나 조금씩은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말거나 결과에 집착하며 하루아침에 뜨는 ‘대박 인생’을 부러워하며 그런 인생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얼굴 한번 비칠 일 없지만,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작은 행복을 일구기 위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일꾼들이 많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일찍 문 앞에 어김없이 신문을 배달해주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배달원, 병원에서 불철주야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와 의사, 박봉에도 공장의 기계를 돌리고 저녁이면 소주 한잔 기울이며 하루 노고의 땀을 훔칠 노동자들,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학교에서 자원봉사하고, 저녁이면 부엌에서 열심히 밥을 하는 많은 아줌마들, 그리고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아침이면 일터로 향하는 남편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멀고도 먼 연구와 학문의 길을 가는 학생들과 학자들, 소외된 이웃을 찾아 돌보는 종교인들, 인명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불길로 뛰어드는 이름 모를 소방대원들, 올곧은 언론인들과 법조인들, 그리고 언제나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서 작은 희망을 보고 그들로 인해서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화려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선망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인생일지라도 하늘을 향해 한점 부끄러움 없는 올바른 길이라면 멸망으로 이르는 길이 아닌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 이다.
새로운 한해가 열리고, 흐르는 시간과 함께 나이 한 살이 더 먹어간다. 지식보다는 허상과 진실을 바로 꿰뚫어 볼수 있는 지혜의 눈을 뜰 수 있기를,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겸허함을 갖게 될수 있기를 올해 소망 해보며, 주목받지 못하는 구석진 자리에서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하는 많은 선량하고 정직한 사람들, 진정한 작은 영웅들인 그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

최형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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