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없는 밝은 세상을 만드는 의사가 될 겁니다.”
롱아일랜드 세인트 도미닉 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이영환(18)군의 꿈은 선천성 장애를 치유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대학에서 의학도의 길을 걸은 뒤 다운증후군과 소아마비 등 선천성 장애를 초래하는 원인을 규
명하고 치료할 수 있는 특수 의술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겠다는 게 이군의 포부다.이를 위해 이군은 현재 콜롬비아대, 뉴욕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존스 합킨스대, 브라운대 등에 입학 신청을 해 놓고 있다.
이처럼 이 군이 의사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바로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군의 친형 ‘성환’ 군과 같은 장애우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서라는 게 이군의 설명이다.
“어려서부터 형을 볼 때마다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뛰어 놀 때면 함께 할 수 없는 형에게 항상 미안 했어요. 형의 병을 반드시 고칠 수 있는 의술을 개발할 겁니다.”
이군은 현재 매주 토요일이면 빠짐없이 형과 함께 퀸즈 플러싱에 위치한 뉴욕밀알복지홈에서 생활을 한다.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부모님을 대신해 직접 형을 데리고 복지홈을 찾는 이군은 그 곳에서 형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여느 학생들에게는 토요일 오후가 황금 같은 시간이겠지만 복지홈에서의 생활을 좋아하는 형을 위해 벌써 3년째 이곳을 방문하는 일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있다. 이군은 “형은 복지홈 방문이 있는 토요일 만을 손꼽아 기다려요. 토요일에 잡히는 친구들과의 중요한 약속에 매번 빠지게 돼 어떤 때는 형이 야속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형이 복지홈 친구들을 만나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면 제 마음도 환해집니다”고 말한다.
뉴욕밀알복지홈의 최병인 단장은 “부모님을 대신해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형의 손과 발이
돼 옆에서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요즘 애들 같지가 않다”고 말하고 “더군다나 형과 같은 장
애우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며 밤을 새며 공부하는 영환이가 장할 뿐”이라고 전했다.실제로 이군의 학교 성적은 평점이 4.0만점에 4.05를 받을 정도로 매우 우수하다. 의대를 지망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난 후 시험 때면 밤을 새우다시피 열심히 공부한다는 게 이군 아버지의 설명이다.이군의 아버지는 “제 형을 위하는 마음이 부모보다 낫다”면서 “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며 공부를 파고 들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한다. 이군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별칭 외에 ‘코리언 컬쳐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2년 중 교장선생님의 재가를 받아 몇몇 한국학생들과 함께 ‘코리언 컬쳐 클럽’을 결성, 외국인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는가 하면 태권도, 역사 등에서도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플러싱 한인 식당까지 인솔, 한국 음식을 직접 시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이군은 이밖에 학교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색소폰 소리를 좋아하는 형 때문에 집에서 연습을 자주 하는 바람에 실력도 많이 늘었다는 이군은 “이 다음에 형과 함께 색소폰 이중주 공연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