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명의 붕괴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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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자멸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문명 비판서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이 책은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가 무엇이고, 우리는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붕괴(collapse)의 개념을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일어난 인구 규모, 정치, 사회, 경제 현상의 급격한 감소‘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 소개한 문명의 붕괴 지역은 단순히 지배계급이 전복되고 교체된 지역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곳, 또는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이는 곳이다. 곧 로마 제국이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몰락보다는 마야 문명,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아시아의 앙코르와트 등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완전히 몰락해 버린 사회들을 주로 비교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곳, 즉 르완다, 아이티, 중국, 오스트리아의 상황도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들이 붕괴한 이유를 저자는 크게 다섯 나눠 관찰한다. 곧 환경 파괴, 기후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 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 사회나 문명이 붕괴의 길을 걷게 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특히 환경 훼손에 대한 그의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사회나 문명이 몰락하는 이유가 꼭 환경 훼손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서 시작해 다양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결국에는 붕괴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해 말 쓰나미로 시작된 재앙은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중미의 폭우, 파키스탄의 대지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재해가 단순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무차별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환경파괴와 무관하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에는 또 ‘어려웠던 환경에서 살아남은 사회’의 성공사례들도 소개되어 희망의 여지를 보여준다. 가혹한 환경문제를 겪었으면서도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성공에 이르렀던 아이슬란드, 뉴기니의 고원지대, 삼림 파괴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일본의 성공사례 등을 소개하여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을 것인가?”라고 저자는 심각한 어조로 우리에게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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