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국어를 지키는 것, 자기를 찾아 사랑하는 길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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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한국일보 백일장 심사평/김해영 시인

외국에 살면서 모국어를 지킨다는 것, 자기를 찾아 사랑하는 길입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 자신감을 상실할 때 우리에게 남아있는 모국어가 허물어지는 마음의 벽을 굳건히 쌓아주곤 합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키워주고 사상을 정립해 주며 나아가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이번 한국일보 주최 백일장에 120여 편의 응모작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우리 꿈나무들이 모국어를 지키며 지구촌에서 꿋꿋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행복감에 젖어봅니다. 작품마다 영근 생각들을 풀어가는 노력과 정성이 눈부셔 단 한 작품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을 다음 해로 넘기며 24편을 선정했습니다. 간단한 심사평을 해 보겠습니다.
▲전체장원 : 배남영의 ‘교사파업’: 논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 찬성과 반대, 그리고 학생의 입장까지 논리정연하게 전개했습니다. 구태어 어려운 말이나 특별히 꾸미려하지 않은 흐름이 잘 짜여진 형식과 맞물려 매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문득 눈에 띄는 문학적 비유가 글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어, 장원작품으로 나무랄 데 없습니다. ▲1-5학년 최우수作 : 이지윤의 ‘즐거운 방학’:순수한 동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소복이 쌓인 흰 눈을 뛰는 학생과 친구들의 모습과 즐거움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고, 옛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새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줍니다. ▲6-9 학년부 (A) : 이은영의 ‘아빠가 나에게 남겨준 것들’: 지루하기 쉬운 글의 흐름을 중간과 마무리 부분에서 산뜻하게 잘 처리해 주었습니다. 특히 휴가갔을 때 아빠가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에 감사하는 학생의 마음이 잔잔한 감동으로 물결칩니다. 주제와 소재의 연결이 훌륭합니다.▲6-9 학년부 (B) : 이유지의 ‘아빠가 나에게 남겨준 것들’: 마음 흐르는 대로 순조롭게 써나가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자신의 부족한 면을 내보이는 솔직함이 돋보입니다. 문단 나누기와 글의 전개 방식이 뛰어납니다. ▲10-12 학년부 (A) : 송하연의 ‘교사 파업에 대한 나의 견해’: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양측의 입장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조리있게 꾸려나가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10-12 학년부 (B) : 박미영의 ‘교사파업’: 교사 파업이라는 자신과 무관한 사회현상에 머물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덕목 ‘나눔과 양보’에까지 접근하는 사고력이 훌륭합니다. 글 전체의 흐름에 글쓴이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좋습니다. ▲대학부 : 황예지의 ‘편협한 틀에 매여살던 아이와 그의 게이친구 이야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펼쳐 나가고 있어 웅변보다 오히려 호소력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고.행동양식을 가진 이들을 포용하는 열린 마음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부 : 조은주의 ‘동성결혼’: 주변의 일을 소재로 자신의 생각을 나직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이성애를 뛰어넘어 더 높은 인간애까지 승화되는 주제와 글쓴이의 사랑하며 감사하는 삶의 자세가 일치되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문학적 비유와 서정적 문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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