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퀘벡 주민투표가‘뻔한’이유

2005-1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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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리 심슨(글로브 앤드 메일)

퀘벡의 분리를 거의 현실화시킨 주민투표가 실시된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퀘벡의 정치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반면, 영어권 캐나다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 판이다.
오늘날, 대다수 국내인들은 퀘벡이 기필코 분리하겠다고 나서면 이에 대한 슬픔은 표시할지 몰라도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더 이상 퀘벡과 관련한 헌법투쟁에 신경쓰기를 거부한다.
퀘벡이 캐나다 안에 머물겠다면 좋다.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 영어권 국민은 분리협상을 신속히 진행하길 바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같은 협상의 내용이 일부 분리주의자들의 뜬 구름 잡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 것이란 사실이다.
아마도 대다수는 퀘벡이 캐나다통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국경에 대한 심각한 논쟁도 배제할 수 없고, 퀘벡이 자기 몫에 한한 정부 빚을 계속 부담할 것을 강요할 것이다. 1995년 퀘벡 주민투표 때처럼 영어권 국민들이 퀘벡으로 대거 몰려가 국기를 흔들며 단합대회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분리에 대한 퀘벡인들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캐나다에서의 분리를 원하느냐고 노골적으로 물으면 아직도 절반 조금 이상이 “No, 질문을 조금 돌려서 “정치적 주권을 이루는 반면 캐나다와 계속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가 “Yes라고 대답한다.
95년 ‘분리’ 측이 간발의 차로 패했을 당시 퀘벡인들은 이 문제로 또 다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후 얼마 안돼 강력한 연방주의자인 장 샤레가 이끄는 자유당 정부가 퀘벡 주총선에서 승리했고, 퀘벡을 정치기반으로 삼는다는 폴 마틴이 연방총리가 됐다. 연방퀘벡당(BQ)은 정치적 목적의식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오늘날 BQ는 연방정계에서 다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퀘벡에서도 주 퀘벡당(PQ)이 집권 자유당보다 더 많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캐나다 내에서 퀘벡의 역할에 대한 실존적 논쟁이 사람들 모이는 곳에서마다 벌어지고 있다.
스폰서십 스캔들은 퀘벡내에서 연방자유당정부의 신뢰 및 폴 마틴의 인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연방 자유당은 BQ에 꼼짝도 못한다. 퀘벡인들이 계속 BQ를 뽑는 한 연방정부는 퀘벡문제를 계속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BQ는 오타와가 아무런 행동을 안 보이면 퀘벡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고, 연방정부가 행동을 취하면 자신들 노력 덕분이라고 목에 힘을 줄 수 있다.
주민투표 10년이 지난 지금 퀘벡분리주의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퀘벡 인구의 절반은 어떤 형식으로든 캐나다에서 분리하기를 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퀘벡분리주의자들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캐나다의 법적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퀘벡인들은 머지 않아 분리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또 한번 실시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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