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드 와인, 잔의 3분의1 정도 따라야”

2005-1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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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가까운 지인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이를 위해 실내 장식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그럴 듯하게 꾸몄고, 음식 준비도 대강 마쳤으며, 와인도 몇 병 준비했다. 자, 그런데 이걸 어쩌지? 와인을 어떻게 서브해야 하는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 이런 가정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의 와인 문화가 짧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세련되게 즐기고는 싶은데 뭔가 격식이 많은 것 같아서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와인 서브 101’을 만들어보았다.


‘와인 서브 101’

■ 기본 아이템


자 우선, 손님이 있건 없건 집에서 와인을 마실 때 갖추어야 할 필수 품목부터 챙겨보자. 가장 기본적으로 와인 병마개를 딸 스크루 오프너와 와인 잔이 있어야 한다.
오프너는 웨이터 스타일, 레버 스타일, 트위스트 스타일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초보자가 사용하기 가장 편한 것은 ‘래비츠 코르크스크루’(Rabbit’s Corkscrew)이다. 토끼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한번 사용법을 익히면 쉽고 빨리 와인 병을 열 수 있다.
이 오프너를 사면 그 안에 따로 작고 둥근 모양의 포일 커터(foil cutter)가 들어있다. 이 커터는 병마개를 감싸고 있는 포일을 벗겨내기 위한 것으로, 병 꼭대기에 꽉 끼우고 힘주어 돌리면 포일이 동그랗게 잘라져 나온다. 그 다음 코르크를 오픈한다.
와인 잔을 잘 갖추는 일은 좀더 복잡하다. 제대로 마시려면 와인의 종류에 따라 잔의 모양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가늘고 긴 플루트, 화이트 와인은 중간형 잔, 피노 누아는 가운데가 볼록하고 둥그런 잔, 카버네 소비뇽과 보르드는 크고 깊숙한 잔에 따라 마신다.
그러나 평소 와인을 즐기지 않는 가정에서 이렇게 갖출 수는 없으므로 중간 정도의 잔(10~12온스)을 일률적으로 준비해 서브해도 큰 실례가 되지는 않는다. 와인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식당들도 똑같은 모양의 잔을 사용하고 있다.
와인 글래스는 깨끗하고 투명한 것, 색깔이나 무늬가 없는 것이어야 하며 호주 ‘리델’(Riedel)사의 크리스털 글래스를 최고로 치는데 값이 비싸고 주의와 보관이 까다로우므로 처음 와인을 서브하는 사람은 코스트 플러스(Cost Plus)나 크레이트 앤 배럴(Crate & Barrel) 혹은 아이케아(IKEA) 같은 곳에서 개당 3~5달러 정도 짜리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


병마개를 쉽게 열 수 있는 래비츠 코르크스크루.


■ 매너

와인 병은 호스트가 열고 언제나 호스트가 따라주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호스트가 익숙하지 않다면 누군가 남자 중에서 이 일을 도맡는 것이 좋고, 모든 남자가 와인에 문외한이라면 그때 여자가 해도 좋다. 이 일을 맡은 사람은 손님들의 잔을 계속 살피면서 잔이 완전히 비워지기 전에 따라야 한다. 따르는 사람은 한 손에 병을 들고, 다른 손에 냅킨을 들고 따른다. 냅킨은 혹시 와인 방울이 테이블이나 손님 옷에 떨어지지 않도록 병 주둥이를 닦기 위한 것이다.
받는 사람은 잔을 들어올리지 말고 그냥 식탁에 놓아둔다. 호스트가 첫 잔을 따를 때는 모든 사람의 잔에 채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같이 건배한 후 마신다. 건배할 때는 되도록 잔을 부딪치지 않는 것이 좋다. 와인 잔은 델리킷하여 잘 못하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르는 양은 화이트 와인의 경우 글래스의 반정도, 레드 와인은 1/3정도 따른다.


레드 와인을 따를 때는 잔의 1/3 정도만 따라야 돌려서 향을 맡을 수 있다.


■ 적정 온도

와인을 서브하기 좋은 온도 역시 와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 디저트 와인은 아주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샴페인은 차가울수록 맛있으므로 화씨 45도에서 서브하고 남은 병은 얼음물을 채워둔 버킷에 넣어두어 찬 온도를 유지한다.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가벼운 리즐링이나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는 45~55도에서 좋은 맛을 내지만 무거운 샤도네는 그보다 약간 덜 차가운 55~60도가 좋다.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서브한다는 상식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상온이란 것이 유럽 기준의 상온, 즉 화씨 65도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연중 따뜻한 남가주에서는 상온이 75도를 넘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카버네 소비뇽이나 멀로 등의 무거운 적포도주는 60~65도에서(냉장고에 30분 정도 넣어둔 온도), 피노 누아와 보졸레 누보, 산지오베제 등의 가벼운 적포도주는 55~60도에서(냉장고에 한시간 이상 넣어둔 온도) 서브하는 것이 좋다.
한편 서브하는 와인이 싸구려라면 레드와 화이트를 막론하고 아주 차게 마시는 것이 거친 향과 맛을 덜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 순서

와인을 한가지 종류만 서브한다면 상관없지만 화이트와 레드 등 여러 종류로 준비했다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좋다. 맛이 약한 것에서부터 강한 것으로 가는 것이다.
애피타이저를 먹을 때 샴페인을, 그 다음에는 화이트 와인, 그리고 레드 와인으로 옮겨가면 와인과 음식의 맛을 좀더 잘 음미할 수 있다. 디저트 와인까지 준비했다면 당연히 맨 나중에 후식과 함께 마신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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