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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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기는 누구인가

2005-12-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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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처럼 매일 필요한 친구, 약처럼 가끔 필요한 친구, 항상 피해야 하는 질병 같은 친구, 탈무드는 이렇게 세 부류의 친구가 있다고 했다. 또한 공자는 세 가지 유익한 벗으로 정직하고, 성실하고, 견문이 많은 사람을 꼽았다.
중국 전국시대에 거문고의 달인 백아의 음률을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종자기뿐이었다. 종자기는 그의 거문고 소리에서 웅장한 산과 우렁찬 격류의 기상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종자기가 죽은 것을 알고 백아는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고 그 줄을 끊어버렸다는 백아절현의 고사가 있다. 그래서 절친한 벗을 ‘지음’(知音)이라고 한다.
제나라 재상 관중은 포숙과 생선장사를 했는데 관중이 이익을 더 많이 챙겨도 포숙은 그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집이 가난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관직 등용에서 세 번이나 밀려나자 사람들이 무능하다고 해도 포숙은 그가 때를 잘못 만난 탓이라고 했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도 일에는 성패가 있음을 알기에 용렬하다고 하지 않았다. 관중이 전쟁에 나가서 여러 번 도망쳐 나왔으나 비겁하다는 말 대신 집에 늙으신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훗날 관중은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라고 그의 우정에 감격했다. 이처럼 관포지교는 절대적 믿음과 깊은 이해가 뒷받침이 된 노력의 산물이었다.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염파와 인상여가 맺은 문경지교 역시 참회 끝에 얻어진 열매였다.
삼고초려를 했던 유비는 공명과의 절실한 만남을 수어지교라고 표현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인생의 덧없음을 탄식하면서 원미지에게 보낸 편지 속의 교칠지심은 돈독한 우의를 끈끈한 아교나 칠로 비유한 말이다.
죽마고우, 막역지우, 지란지교, 금란지교, 단금지교 등 이러한 두터운 교분은 한결같이 의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모정은 너무 절절해서 울고, 연정은 너무 연연해서 가슴이 저리지만 우정은 난초 향기처럼 은은하고 든든해서 좋다. 우정이 넘친다고 해서 모두 지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기는 지기지우 (知己之友)에서 온 말이다. 자신을 알아주고 아껴주는 벗이다.
친구 따라 강남도 가지만 배신도 당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각박한 세상에 지기가 있다면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과연 나에게도 한두 명쯤 지기가 있는가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려 본다.

고영주 국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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