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고 나면 콘도·호텔 밴쿠버 도심

2005-12-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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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공간 부족‘시한폭탄’

밴쿠버의 다운타운 부동산 시장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다운타운에 콘도나 호텔 등 주거용 건물이나 숙박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사무실 공간은 상대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밴쿠버는 지역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사무실의 공실률이 떨어지고 임대료도 올랐지만 동시에 일부 상용건물이 철거되고 일부는 주거공간으로 탈바꿈, 사무실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땅값 자체가 비싸다보니 개발업체들은 사무용 빌딩보다는 주거용 건물을 선호, 결과적으로 밴쿠버 다운타운은 사무용 공간이 갈수록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기업들이 다운타운의 비싼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외곽으로 이동, 다운타운의 회사에 다니던 주민들이 외곽으로 출근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거용 건물이 다운타운을 잠식하고 있는 현상은 급기야 밴쿠버시가 사무실이 집중적으로 밀접한 일부 다운타운 지역에 한해 주거지를 짓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현재 건설 중인 대표적인 주거용 건물로는 웨스트 조지아 스트릿에 세워지는 샹그리라 빌딩이 있다. 60층짜리 초고층인 이 건물에는 120객실의 고급호텔과 콘도가 들어선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밴쿠버 다운타운에는 더 이상 대형 사무용 빌딩이 들어설 만한 부지가 없다며 사무실 부족현상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밴쿠버는 북미 전역에서 사무실 공실률이 가장 낮은 도시 가운데 하나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현재 사무실 공실률은 8.4%로 몬트리올(11.9%)이나 토론토(11.1%) 등 다른 대도시보다도 낮은 것은 물론 전국 평균(9.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는 7.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개발업체들이 다운타운에 사무용 빌딩보다 주거용 건물을 선호하는 이유가 단연 이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고급에 속하는 코울하버 콘도의 경우 사무실 공간보다 평방피트당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사무실의 임대료가 오르고 공실률이 떨어지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서도 개발업체들은 오피스 타워를 지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 다운타운에서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상당수는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2∼3년 후에 보다 저렴한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 리치먼드·버나비 등 외곽지역을 찾아 헤매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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