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결속이 이민사회 첫걸음”

2005-1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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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창간 13주년 기념 ‘한인 커뮤니티 발전을 모색하는 특별 좌담회’

▶ 한국서 강했던 한인들 이곳에선 너무 약해

본보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한인 커뮤니티 발전을 모색하는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박신일 목사(그레이스한인교회) 오유순 이사장(한인장학재단) 전재원 부총영사(주밴쿠버총영사관) 피터 정 대표(밴쿠버 커리어 칼리지) 등의 패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좌담회는 한인 단체의 구성과 역할 그리고 교민 비즈니스와 자녀의 교육문제 나아가 흔들리는 가정문제에 대한 치유방안 등 교민들이 겪고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의로 진행됐다. 다음은 패널들이 밝힌 의견들을 요약 정리했다. <편집자주>

한인단체, 봉사정신 투명한 운영 등 절실

오유순 이사장/한인 커뮤니티에서 한인 단체들이 구성되고, 한인끼리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캐나다까지 이민 와서 주류 사회 단체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단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과, 또 하나는 캐나다 사회에서 한인의 긍지를 갖고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단체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해도 중요한 것은 한인들이 이 땅에서 대대손손 살아도 그 후손들은 이곳 코카시언들로부터는 어디에서 왔느냐(소위, 어느 나라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신일 목사/한국인의 언어를 지키고 민족성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후손들에게 바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한인 단체들이 건강하게 세워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일부 단체들을 보면, 교민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몇몇 리더들에게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는 인상이 짙다. 그러다 보니 한인 단체와 교민들간에 커다란 괴리가 있어 보인다. 한인 단체라면 몇몇 사람들의 친목단체여서는 안되면 실질적으로 한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여야 한다. 건강한 피드백이 필요한 것 같다.
피터 정 대표/한인들의 캐나다 이민역사가 짧다. 초창기 한인 단체들은 뉴 이민자들의 정착 서비스에 집중하다 보니 보다 생산적인 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1.5세와 2세들이 주류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심지어 3세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한인 단체들이 민주국가에서 이익집단의 권리를 찾는 데까지 관심을 가짐으로써 이 땅에서 2세, 3세대들이 큰소리치고 살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인 단체들이 권리 찾는 것 못지 않게 이 나라에 이바지하고 봉사하는 모습들을 보여야 한다.
전재원 부총영사/분야별, 직능별, 직업별로 한인 단체들이 구성되어 있다. 직업이 비슷한 사람, 취미가 비슷한 사람끼리 자생적으로 단체가 만들어 졌는데 운영의 묘에 문제가 있다. 목적에 맞게 동포사회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운영하면 좋겠지만, 단체마다 다소 운영상 문제들을 앉고 있다. 일부 단체는 경제적인 문제로, 또 어떤 단체는 회원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일반적인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인데, 이 문제를 자꾸 모국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한인 단체들이 이제는 자생적으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한인 단체 운영과 관련해서 모국에 의존하려는 소극적 자세로는 발전성이 없다. 과거 70, 80년대에는 국가가 돈을 주고 단체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끝났다.


차세대 주류사회 진출토록 사전 준비 필요

오 이사장/한인 단체들도 이제는 주류 사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단체의 활성화 방안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한인 동포사회가 필요로 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참여 의식, 책임감 갖고 봉사정신으로 단체를 투명하게 운영할 때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다. 장학재단에서는 행사 때마다 주류사회에 한인사회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자녀들이 주류사회와 쉽게 연결될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민족이 누리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 1세대가 못하면 2세, 3세대라도 준비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정 대표/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교육이다. 그런데 2세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코리언계 캐너디언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타민족 사회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는 자녀가 있는 반면, 또 하나는 자기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자녀가 있다.
박 목사/부모들을 깨우는 계몽이 필요하다. 언어 문화 풍습을 몰라 아이들을 그저 간신히 키워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이기를 바라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는 한국으로 돌아가 일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부모들의 생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정신교육이 제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 다음 이 사회에 진출한 1.5세대와 2세대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헌신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인 커뮤니티와 연결되어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갖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만남의 장을 한인 단체들이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전 부총영사/짧은 이민 역사 속에 1세대는 주류사회 진출하기 어렵지만, 1.5세와 2세들은 현재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20대와 30대는 주류사회에 많이 나가고 있는 추세여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문화 교육 법률 분야로는 많이 진출하는데 정치 분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 이사장/지도자 양성이 그래서 매우 시급하다. 몇 년 전에 방학 때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UBC)에 한국대학을 개설해 놓고 한인 학생들을 모아 세계에서 성공한 한인들을 초청해 경험담을 듣도록 한바 있다. 한 3년 정도 진행하다 학생들을 모을 수 없어 그만 둔 적이 있다. 지금이라도 1세대들이 학생들에게 그런 프로그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주류사회에 보내기 전에 정치사상(철학)을 심어주고, 가르쳐 주고, 한국 사상을 불어 넣어줘서 한국인의 긍지를 갖고 주류사회에 나가 떳떳하게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 대표/(나는)북미로 중학교 때 이민 왔다. 당시 한국 부모들은 어려운 살림에 자신들은 굶어도 자식들은 먹이고 입히는 걸 많이 봤다. 한국 부모들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면서도 왜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모 등에 떠밀려 오다시피 한 유학 온 자녀들이 다행히 좋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회 진출하는 데에는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부모들이 먼저 자녀들에게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가 되도록 요구하기 전에 먼저 그 직업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난 뒤에 자녀에게 가르쳐야 한다. 자녀도 무조건 부모의 지시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적성 등을 감안해서 방향을 설정하면 좋겠다. 언어도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한국말 배워야 한다거나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한민족의 아이덴티티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1.5세와 2세대가 한국어도 잘한다면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어서 좋다.
오 이사장/지구촌 시대에 살면서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면 좋을 것 같다.
전 부총영사/부모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교회와 사회 봉사단체 등에서도 가정에서 하지 못하는 교육들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각종 한인 단체에서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들어서 청소년들의 사건사고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사후 수습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한데, 현재로써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가정과 종교 단체에서 사전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정 대표/부모 1세대들은 어려운 이민생활을 하느라 자녀와 대화시간이 적은데, 그 대신 교회와 같은 종교 기관에서 자녀들과의 대화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교회에 자녀를 보내는 이유가 나쁜 길로 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서 다들 교회에 보내는 것 같다. 종교도 자녀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종교생활을 하면서 인간의 한계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알고, 사회생활의 자신감도 확보해 가는 것 같다.
전 부총영사/최근에 유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작년에 비해 금년에 큼직한 사건사고가 크게 줄었다. 작년에는 밀입국, 마약, 불법 맛사지 등으로 한인들이 체포되기도 했는데 금년에는 이런 사건사고가 없다. 그러나 금년에는 유학생들이 관여된 성추행 사건이 몇 건 일어나고 있다.

비즈니스 운영시 신용도·서비스 질 높여야

오 이사장/1세대들이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한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가야 2세, 3세대들이 이곳 캐나다에서 떳떳하게 살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타민족과 비교할 때 신용부분이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 부모의 잘못된 교육이 자녀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곳곳에 남기는 게 필요하다.
전 부총영사/전적으로 동감이다. 유학생들이 최근 무비자로 입국하려다 밴쿠버 공항에서 쫓겨나는 일이 잦다. 작년에 380명이 입국 거부를 당해 하루에 한 건 이상이 발생했다. 입국 거부자 대부분은 여행목적이 불분명하고, 현지에 특별한 연고자 없는 사람들이다.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입국심사 강화 압력도 받고 있는 상태다. 캐나다 정부가 무비자제도 폐지는 안 해도 심사는 강화시키고 있다. 유학 오면서 유학비자도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도 있다. 적당히 이곳에서 살면서 유학비자 신청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이 불법 취업한 사례도 최근 적발됐다.
박 목사/이민자들이 이민공사를 통해서 오지만 실제로 정보가 부족하다. 영사관이나 외무부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실제로 영사관 같은 곳은 교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관처럼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어려운 일이 닥치면 다가가는 곳이 국가 기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가 영사관을 찾아가는 것 못지 않게 영사관으로부터 이민자들이 안내 편지 등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교민들을 상대로 공청회 같은 것을 열어 새로운 법 제도나 공지사항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최근 영사관이 교민들을 대상으로 달라진 영사업무에 대해서 설명회를 가진 것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전 부총영사/영사관이라고 만물박사는 아니다. 한계가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로서 옛날의 권위주의와 불친절한 것은 없어졌다. 국민들에 다가가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민봉사자회와 한 차례 영사설명회를 가졌고, 다음은 석세스와 함께 영사설명회를 가질 생각이다. 네트워킹도 작업중이다. 영사관 홈페이지와 교민 홈페이지를 상호 연결시키려 연구중이다. 링크도 연결시키려고 검토중이다. 한인 커뮤니티와 상호 정보망을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초기 이민자들을 위해서 석세스 등 여러 이민봉사단체들이 있지만, 이민자들을 위한 종합 안내책자는 아직 없다. 영사관에서는 비즈니스, 학교, 여권문제 등 교민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수록해 놓은 종합안내서를 조만간 만들 계획이다.
오 이사장/1세대들의 경우, 한국에서 박사·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이곳 캐나다에서 스몰 업체를 운영한다고 스스로를 너무 비하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무엇을 하든지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타인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나도 이 사회에서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청소부로 일하더라도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남들이 깨끗하게 살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인들에게는 타민족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근면과 성실함이 있지 않은가.
정 대표/한인들이 이민 와서 한인사회에 들어가 식당 세탁소 등을 하는데, 돈의 흐름은 비즈니스 입장에서 볼 때 그로서리를 하든 부동산을 하든 목적은 돈 버는 것이기 때문에, 돈 버는 것은 비즈니스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 뭐든지 항상 붐을 이루지는 안는다. 돈이 되는 쪽으로 돈이 흘러가는데, 현재 붐이 일고 있는 것을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다. 이민 와서 장사를 하든, 뭘 하든 중요한 것은 왜 비즈니스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이라면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모두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돈을 버는데. 죽기 직전까지 돈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오 이사장/저 역시 비즈니스를 하지만, 돈 버는데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자기 일을 엔조이 할 줄 알아야 한다.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 시켜줘야 고객도 좋고 영업하는 사람도 좋다. 정직성이 있어서 고객들로부터 신용을 먼저 받아야 한다. 만약 물건이 없어 내일 들어온다고 한다면 반드시 가져다 놓아야 한다. 저 업소는 신용이 있고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고객들에게 줘야 한다. 음식점은 건강음식을 개발하고, 한국 음식만이 아니라 캐너디언들의 입에 맞는 음식도 개발해 내야 한다. 한국 음식점에 서양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전 부총영사/유학생은 1만 5000명(어학연수 포함). 한인동포(이민자)는 5만 명 정도가 BC주에 있는데, 한국사람들이 자생하려면 10만 명 정도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자생하기에는 어렵다. 현지인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생활이 된다는 얘기다. 비즈니스를 통해 성공한 교민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성공의 비결은 신뢰였다.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직하게 하다 보니 신뢰가 쌓여지고 점점 비즈니스가 잘 풀려나갔다고 한다. 단시간에 큰 돈 벌겠다고 생각해서는 안되고 정직과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본다.
박 목사/비즈니스 현장에 가보면서 느낀 점은, 앞에서 철학 신뢰라고 말씀하셨는데, 소비자입장에서 보면 방법론 차이라고 본다. 캐너디언은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기 비즈니스를 하면 되는데, 교민들은 언어문제와 정착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보니 서비스 부분을 다소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민자의 아픔이기도 하다. 일전에 전문가가 쓴 책을 보니까 소비자들이 한 식당에서 다른 식당으로 옮길 때 가장 큰 요인은 직원들의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한인들이 어떤 서비스를 하더라도 직업의식을 갖고 질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비즈니스 업체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 일할 사람은 많은데 일할 곳이 적다는 문제다. 30∼40대 이민자는 기술을 배우면 좋을 성싶다. 그래서 한국인의 업종으로 손꼽히는 그로서리, 식당 등의 틀을 뛰어 넘었으면 좋겠다. 직업군이 다양화되어야 이민자들의 경제 문제도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 부동산이 뜨니까 부동산중개인으로 자꾸 몰리는 것도 좋겠지만, 인재들이 새롭고 다양한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오 이사장/한국 이민자들이 이곳에 왔으면 언어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어장벽만 넘으면 자격증 얻는데 어려움이 없다. 1세대의 경우 언어가 큰 문제이지 2, 3세대는 그렇지 않다.

이민생활 자체가 고생…가족애로 극복해야

박 목사/이민 생활이 어려워서 그런지 의외로 깨어질 위기에 처한 가정이 많다. 어떤 때는 상담하느라 밤을 꼬박 센 적도 있다. 이민 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강했던 사람들이 여기서 너무 약해져 있다. 그런 점이 부부간에도 문제로 나타나고 자녀가 성장하면서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자녀들 중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은 탈선한다.
오 이사장/우리가 사회생활 하는데 기본이 개인관계인데. 그것에 따라 행복할 수 있고 불행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왕이면 좋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싫은 말은 되도록 삼가고,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했을 때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을 것 같다. 자꾸 가정이 깨어진다는 소식을 듣는데 안타깝다. 이 여파로 자녀들이 당하는 아픔은 더 크다.
전 부총영사/부부관계 부모관계 부자관계에 있어서 이해가 필요하다. 자식이라도 자식이 바른말 할 때 인정해주고,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한국사람들 이 부분이 약하다. 이곳에서 살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부부와 자식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인정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럴 때 가정 문제도 해결된다. 한국에서 바삐 직장 다니다가 이민 와서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간에 갈등하고 급기야 이혼에 이르기도 하는데, 먼저 사소한 직업이라도 갖는 게 중요하다.
정 대표/한국에서는 남자들이 대체로 경제권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이곳에 이민 와서는 직장을 갖지 못하다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민사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들기에 가족끼리 협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서로 못한다고 자극할 게 아니라 가진 능력을 칭찬함으로써 서로가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박 목사/한 가정 한 가정에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은 문화에 잘 적응하게 되는데. 코카시언들 참 친절하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먼저 타라고 하고. 부딪히면 미안하다고 하고 등등. 이민 온 가정들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영어 못한다고 아이가 괴로워할 때 들어주는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신앙심이 필요하다.
또한 부모와 자녀가 많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말은 많이 하지만 아이들 얘기는 잘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문제가 많았던 가정이 시간을 두고 대화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가정이 많다. 영적으로 신앙적으로 종교성을 갖고 있을 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민 가정에는 무엇보다 사랑이 정말로 필요하다. 내 안에 평강이 있을 때 다른 것들에 시기심이 들지 않는다. 가정을 살리는데 이민자들이 모두 합심했으면 좋겠다. 한국 천주교에서 ‘내 탓이요’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는데, 언론기관 등에서 아름다운 가정을 만드는 슬로건을 만들어 배포했으면 좋겠다./정리=안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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