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난 당하는 동포 도와야지요”

2005-11-26 (토)
크게 작게

▶ 탈북자 지원하는‘두리하나’대표 천기원 목사

▶ 6년간 500명 입국시켜…중국서 탈북자 실태 본 후 헌신

자유와 먹을 것을 찾아 제3국을 방황하는 탈북자들을 대한민국으로 ‘기획입국’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사단법인 두리하나 대표 천기원 목사(사진)가 21일과 22일 양일간 밴쿠버온누리교회(구자형 목사)에서 탈북자 실태를 알리는 집회를 가졌다. 천 목사를 만나 두리하나의 탈북자 지원책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남한과 북한의 둘(두리)이 하나되길 소망한다는 의미로 ‘두리하나’로 명칭을 정했다는 천기원 목사는 일부에서 두리하나 사역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다면서 두리하나는 북한주민을 탈출시키는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지의 제3국가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언제 북으로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는 탈북자들을 안전하게 대한민국으로 입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목사는 또한 정부지원 일체 받지 않는 순수한 민간단체로 7026명의 후원자와 100여명과 30여 교회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9년 7월 동역자들과 중국 동북3성 지역에 1주일간 선교여행을 떠났던 천 목사는 그곳에서 탈북자들이 처참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일부 탈북자들의 주검을 목격하고 돌아온 뒤 몇몇 뜻이 맞는 지인 들과 함께 탈북자 지원사역을 펼친 지 만 6년여 만에 중국 각지에서 떠돌던 탈북자 500여명을 대한민국으로 ‘기획입국’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중국 당국에 붙잡혀 2002년에 추방당해 다시는 중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천 목사는 지금도 동료 선교사들이 중국 모처에서 탈북자들을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천 목사가 말하는 기획입국은 그야말로 군 작전을 방불케 한다.
“가장 주된 일은 안전하게 중국을 탈출해 망명을 받아주는 몽골, 캄보디아, 태국 등의 국가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까지 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참으로 힘들다. 1주일 내지 10일 동안 걸어서 가야 하는데, 중국에서 몽골로 가는 길목에는 사막이 있다. 그 사막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자칫 굶어 죽을 수도 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이루는 탈북자들은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서 최소한 3개국의 국경을 넘어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탈출을 감행한다.” 설령, 경제적인 대가를 준다 해도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런 일을, 더욱이 최악의 상황에서는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 위험한 일을 왜 천 목사는 자처하고 나섰을까?
여러 의구심이 들었지만, 천 목사는 가난한 자와 눌린 자와 포로 된 자를 해방시키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처럼, 크리스천으로서 중국 땅에서 수난 당하는 동포들을 차마 그냥 둘 수 없어서 도와주기 시작한 것 뿐 이라며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까지 두리하나의 지경을 넓히고 있는 천 목사는 미국에 두리하나USA가 설립됐다면서 워싱턴 본부와 9개 지부가 있다고 덧붙였다.
천 목사는 앞으로 두리하나는 △북한 선교 △탈북자 보호 △탈북자 기획입국 추진 △탈북자 국내 정착 지원 △탈북자 대상으로 통일을 대비한 지도자 양육 등에 진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두리하나는 제3국을 정처 없이 떠도는 탈북자 지원을 넘어서 이제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주춧돌을 꿈꾸기 시작했다. 두리하나의 자세한 사역 내용과 후원방안은 웹사이트(www.durihana.com)를 통해 알 수 있다. /안연용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