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울너럭/꾸준한 사랑이 아름답다

2005-11-2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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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교회 이현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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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물건들을 사용할 때마다 몇 가지 걱정을 하게 된다. 첫째는 그런 일회용 물건들이 오염시킬 환경에 대한 염려다. 대부분의 일회용 물건들이 땅에 파묻혀서도 잘 썩지 않고 소각해도 오염물질을 발산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리는 삶의 편의의 대가를 우리 자손들이 호되게 치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둘째는 일회용 물건들로 표현되는 ‘편의주의’에 대한 염려다. 너무 쉽고 편한 것을 추구하다보면 그것이 우리 몸에 배어서 삶의 곳곳에 숨어서 우리에게 도전해오는 갖가지 험난한 일들을 쉽게 회피하게 된다. 가치 있는 일을 언제나 일정하게 불편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형성한 일회용 문화가 혹시 우리로 하여금 불편을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삶의 참된 가치들로부터 우리를 너무 멀리 인도할까 두렵다.
뿐만 아니라 일회용 문화가 단지 물건의 사용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말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일회용 관계, 일회용 사랑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의 한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카타리나가 할퀴고 간 고난의 현장을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과 헌신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삶의 미덕─”더불어 사는 세상!”─을 부활시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염려하고 물질로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는가! 교회에서 항상 이웃 사랑을 설교하는 목사로서, 나는 그런 생생한 사랑의 실천을 목격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쾌재를 불렀다.

“오호라, 세상 사람들의 양심은 아직 살아있구나. 참으로 좋다,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일!”
그런데 여러분이여, 파키스탄은 어떤가?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가 닿기에 너무 먼 거리인가? 그곳은 우리와 관계없는 땅이기 때문인가?
이웃 사랑은 한 번이면 족한 것인가? 우리가 일일이 마음 주기에 세상엔 너무나 많은 비극이 있기 때문인가? 파키스탄은 스스로의 힘으로 비극을 감당하기엔 어깨가 너무 가녀린 나라이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이 아픈 것보다 그들의 마음은 어쩌면 더 아프다. 친정(親庭)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더 서럽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웃 사랑이 일회용이 아니라면, 자기만족적이고 전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다시 기억하자. 그리고 올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주머니를 한 번 더 털자.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아니 정말 산타클로스가 필요한 고난 당하는 이웃들이 있다. 그리고 언론이여, 그대의 고상한 침묵을 깨고 다시 한 번 이웃 사랑의 불을 지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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