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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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연습

2005-11-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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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행복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아름답고 멋있게 이루어냈을 때의 성취감에서 온다”는 말은 퍽 설득력이 있다. 그 성취한 일이 매우 보람있고 값있는 일일 때 더욱 행복을 느낄 것이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힘들고 어려울 수록 그 보람과 기쁨이 큰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교사 22년 경력을 소지한 자가 한국학교 교사가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당시 나는 미국에 와서 또 국어교사가 된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 었다.
그러나 현지에 와서 보니 상황은 그것이 아니었다. 우리 자녀들의 모국어 교육은 꼭 필요하고 누군가가 이 일을 담당해야 하는 것도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이 일을 위해서 나를 이곳으로 보내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상사 자녀들의 국어까지 도맡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였다.
평생 교장, 교감은 않고 평교사, 평교수만 하겠다던 내가 어쩌다가 잘못 실수(?)로 큰 한국학교 교장을 하지 않나, 한국학교협의회의 회장직을 맡지 않나,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능력이 좀 부족할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어려운 일도 능히 해내게 해주신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는 누구든지 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결심하고 나선 모든 선생님들을 한없이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고 대부분 주중에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토요일까지 반납하고 우리 모국어와 한국문화 역사를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친다. 완전히 자원봉사로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수가 보수를 받는 사람보다 많다.
더욱이 협의회의 회장, 부회장을 비롯한 9명의 임원들은 모두 다 한국학교를 경영하거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로 주말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또 덤으로 협의회의 많은 일을 완수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분들이기에 이 분들이야말로 감히 한국학교를 위해서 태어난 분들이라고 할 만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 많은 역할과 직분을 맡고 살아오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과 떠남이 있었다.
남편도 떠나보냈고 내가 살던 고향 형제자매 일가 친척, 친지 그리고 내 나라를 떠나 이국에서 새 둥지를 틀었고 이 땅에서 새 사명과 역할을 담당하고 살았다. 2년 전에는 뉴저지 한국학교를 떠났고 이제 한국학교협의회도 떠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나서 그 분 앞에 설 때까지 수많은 떠남이 있다. 이 헤어짐도 떠나는 연습에 불과할진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떠나는 연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경희/수필가·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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