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 셋째 목요일 햇 와인 다함께 맛보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의 날

2005-11-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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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맛은 어떨까? ‘최고’ 기대

프렌치 식당들 특선 메뉴 마련
일본·한국등서도 유행 항공사들 특수

내일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의 날.
매년 11월의 셋째 목요일에 출시되는 햇 와인을 다함께 맛보는 날이다. 전세계의 와인애호가들은 이날 자정을 기해 마켓에 등장하는 보졸레 누보를 맛보며 올 한해 포도의 수확을 축하하고 다가오는 연말 기분에 한껏 취한다.
11월의 셋째 목요일에 일제히 출하하는 마케팅 전략 때문에 세계적으로 특별한 와인 축제가 돼버린 보졸레 누보는 지난 몇 년동안 특별히 일본과 한국에서 대 유행이었다. 무엇이든 유행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와인이라는 멋진 품목에 파티까지 할 수 있는 보졸레 누보 축제에 환호를 보내며 달려들었고, 매년 이맘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한국과 일본으로 수천톤의 보졸레 누보를 실어 나르며 특수를 누렸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거품이 많이 빠지고 인기가 다소 떨어진 느낌이다. 보졸레 누보가 뭐 대단한 와인인줄 알고 흥분했던 사람들이 싸구려 햇 와인의 출하 소동임을 알게되자 슬그머니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1,148톤과 700여톤, 즉 화물기 10대 이상에 해당하는 보졸레 누보를 일본으로 실어 날랐으나 한국의 경우 지난 해 88톤에서 올해는 겨우 37톤으로 줄어든 것만 보아도 그 추세를 알 수 있다.(대한항공은 17일부터 국제선 기내에서 보졸레 누보 와인 중 최상품인 ‘보졸레 누보 빌라지 2005’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1,100톤의 보졸레 누보가 수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누가 뭐래도 흥겨운 와인 축제다. 바로 두달전 나무에 매달려있던 포도송이로 빚어진,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만도 기분 좋지만, 연말연시의 초입에서 와인을 좋아하는 친지들과 더불어 잔을 부딪치며 함께 좋은 음식을 먹고 어울리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흔히 맞이하는 순간은 아닐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몇 년 째 이날은 반드시 친구들과 식당을 예약하여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곤 한다. 올해도 많은 프렌치 레스토랑들이 11월17일을 기념하여 보졸레 디너 특선코스 메뉴를 마련하고 있다. 일인당 50~70달러에 3~5코스 디너와 여러 종류의 보졸레 누보 와인을 맛보게 해주는 메뉴로 고객들을 유혹하는데 대부분 며칠전부터 예약이 끝나고 문전성시를 이룬다.
2005년의 보졸레 누보는 요 근래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어느 해보다 균형 잡힌 신선한 과일향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올해의 보졸레 누보는 진한 루비 색의 컬러에 블루베리, 체리, 코코아, 커피, 블랙베리의 맛이 팔레트에 고루 느껴지는 한편 부드럽고 상쾌한 향이 몇십년 만에 최고인 풍만한 보졸레 누보의 맛을 기대해도 좋으리라고 한다. 과연 그 맛이 어떨지, 바로 내일이면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벌써 설레기 시작한다.



매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프랑스로부터 보졸레 누보를 공수하며 특수를 누린다.


2005년산 조르주 뒤뵈프 보졸레 누보

■ 보졸레 누보 와인은

보졸레 누보는 바로 한 주일 후에 돌아오는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의 하나로 꼽힌다.
보졸레 와인을 만드는 부르고뉴 남쪽 지방에서는 이 와인을 코코뱅이라는 닭고기 요리와 함께 먹는데 그 이유는 가볍고 상큼한 적포도주가 가금류 요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보졸레 누보의 날을 11월의 셋째 목요일로 잡은 것도 해마다 11월의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터키 디너를 의식해서 일부러 그렇게 잡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미국의 수천만 가정에서 터키 디너를 먹을 때 보졸레 누보를 한두병씩만 서브한다면 그 물량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보졸레 누보는 100% 가메이(Gamay) 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적포도주로, 보졸레 외에도 보졸레 빌라주(Village), 보졸레 크루(Cru)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가볍고 과일향이 풍부하기 때문에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친해질 수 있으며 태닌이 거의 없는데다 알콜 도수가 낮고 숙성이 덜 된 와인이라 출시된 지 6개월 이내에 다 소비하는 것이 좋다.
화씨 55도의 온도에서 차게 마시는 것이 적당하므로 냉장고에 한시간 이상 두어 차게 한 다음 서브한다. 야채요리, 고기요리, 샐러드 등 각종 요리와 두루 어울린다.
보졸레 누보 하면 조르주 뒤뵈프(Georges Duboeuf)가 가장 유명하지만 조르주 뒤뵈프 외에도 루이 자도(Louis Jadot), 몽마생(Mommessin), 조세프 드루앵(Joseph Drouhin), 미셸 피카드(Michel Picard) 등 여러 메이커가 있으므로 골고루 여러 병을 구입해서 마셔보며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고급 와인이 아니어서 가격도 10달러 안팎으로 저렴하므로 여러 병을 사다가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골고루 마셔봐도 좋을 것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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