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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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쇠울타리 없애라

2005-11-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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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침입 방지용 시설에 “동물들 수난”
앤젤레스 국유림 인접 도시, 규제법 잇단 제정

앤젤레스 국유림과 샌개브리엘 산맥에 인접한 도시들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끝이 뾰족한 쇠울타리 개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최근 5년 사이에 차례로 뾰족한 쇠울타리를 세우지 말라는 시조례를 제정한 도시는 아케디아와 시에라마드레, 몬로비아, 두알티, 브래드버리로 모두 프리웨이 210번 동쪽에 위치한 소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들은 특히 산에서 내려온 사슴들이 정원 안의 채소나 과일을 먹기 위해 침입하거나 또는 자동차의 경적이나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놀라 쇠울타리를 넘어 도망하다가 뾰족한 끝에 찔려 죽어간 케이스들이 보고되면서 이를 더 이상 개설치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이들 도시 중 두알티와 브래드버리시는 새로운 쇠울타리 건설을 금지할 뿐 아니라 기존의 것도 모두 철거하던가 또는 날카로운 끝을 납작하게 만들라는 밤비 조례(Bambi Rule) 강화안까지 현재 추진중이다.
강화안이 통과되면 오래 전에 사슴 등 야생동물의 집안 난동(?)을 피하기 위해 집 주위에 높은 쇠울타리를 만들었던 가정들도 최소한 50달러에서 수천달러를 들여서 울타리를 없애던지 끝을 뭉툭하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사슴이나 곰 등이 집 앞 정원이나 과일나무, 채소밭, 꽃밭 등을 황폐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지대의 주민들은 시당국의 단속과 야생동물 폐해로 야기되는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강경대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사슴들의 침입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높고 치명적인 울타리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며 찬성 입장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의 개발붐으로 대규모 저택이 들어서면서 높은 울타리를 세우는 추세에 부정적이다.
두알티시 당국에 따르면 두알티와 브래드버리시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최소한 4마리의 사슴이나 야생동물이 울타리 꼬챙이에 찔려 죽었다. 또 시에라마드레와 그 옆의 글렌데일 지역에서도 지난 3년 동안 9건 이상이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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