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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뒤에는 기엔 감독이 있었다

2005-10-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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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가 시카고의 4연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3차전(14회 연장전) 빼고는 드라마도 없었다. 애스트로즈가 내셔널리그의 강자 세인트루이스를 4승2패로 제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을 때만해도 애스트로즈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도 많았다. 그러나 애스트로는 믿었던 선발 3인방이 무너지면서 무력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화이트삭스는 아지 기엔이라는 스타 감독을 탄생시키며 막강 투수력의 애스트로즈를 4-0으로 가볍게 제치고 86년만의 블랙삭스 저주를 푸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지 기엔 감독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무수한 가십을 쏟아내고 있다. 천재적인 용병술, 색깔있는 카라비안 야구로 화이트삭스를 우승으로 이끈 기엔 감독은 요즘 베네주엘라에서는 대통령 보다도 높은 인기속에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탁월한 위트, 유모어로 언론을 다루는 데도 능숙한 기엔 감독은 “모두들 나의 야구스타일을 싫어 한다. 소수만이 나를 좋아할 뿐이다. 그러나 누가됐건 나를 존경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떠벌이며 연일 언론(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기엔은 왜 인기가 좋은 것일까? 한마디로 승부사이기 때문이다. 작년 발목에 붕대를 감고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끌어낸 커트 쉴링처럼, 작전에서 탁월한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했다. 기엔은 결과를 두려워하면서 깊이 고민하는 감독은 아니다. 이거다 싶으면 화끈하게 밀고나간다.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디비전시리즈를 통하여 보여준 용병술은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탁월했다. 보스턴(디비전 시리즈)과의 3차전에서 역전 일보직전에 알두케를 등판, 승리를 따낸 것은 다분히 운이 따라 준 예라라고 해도 챔피언십에서의 선발 4투수의 완투, 월드시리즈에서의 휴스턴(투수) 공략작전, 투수 교체 시기등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휴스턴 측면에선 월드시리즈가 4-0으로 끝나고 말았으나 4경기 모두 박빙의 승부였다. 휴스턴은 3차전이 고비였다. 로이 오스월트가 등판하는 3차전은 휴스턴으로서는 꼭 이겨야할 절박한 경기였다. 오스월트가 크레디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심기가 상한 것이 결국 4연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애스트로즈는 2차전에서 9회초 동점극을 연출했고, 3차전에서도 14회 연장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근성을 발휘했다. 비록 승부가 싹쓸이로 끝나고 말았으나 고비에서 운만 따라줬다면 승부는 예측할 수 없을 뻔 했다.
믿었던 선발 투수진이 무너졌으나 타자들은 나름대로 선전했다. 무려 15차례나 적시타 불발로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찬스를 놓쳤으나 타격은 백중세였다. 로켓맨 클레멘스가 1차전에서 부상으로 강판당하며 김을 뺀 것도 애스트로즈로서는 불운이었다. 특히 올 42차례나 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클로저 브레드 릿지가 월드시리즈에서 2차례나 결정타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애스트로즈는 감독의 작전에서 밀렸고 다분히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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