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주

2005-10-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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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처음 배울 때 몇 가지 배운 단어들 중에 하나가 ‘소주’라는 말이었다. 술에 관한 한국말 리스트에 ‘막걸리’‘맥주’‘포도주’라는 단어들도 올라 있었다. 막걸리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농부들이 마시는 술이고, 소주는 정식 한식과 함께 하는 술이고, 맥주나 포도주는 한국사람들에게 외국 맛을 보게 하는 술이라고 배웠다.
며칠 전에 NPR 라디오 방송을 무심히 듣고 있을 때, 한국 말 단어가 번쩍 귀에 들어왔다. ‘소주’라는 한국말이 미 전국으로 보내는 전파를 타고 나와서 나의 귀를 때렸다. LA에서 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 인기가 급속히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방송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 이유가 이상하다.
LA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맥주나 포도주’ 파는 허가증을 받으려면 일년에 200달러를 내는 반면 리커를 팔 수 있는 허가증은 일년에 1만달러라 한다. 대부분 한국 음식점에서 소주를 팔고 있다 한다. 소주가 독한 술이 아닌, 포도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어도 LA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한국인 주인들이 소주가 포도주류에 속하도록 로비를 하며 추진시켰다고 한다. 소주는 전통적인 한국 주류로 포도주처럼 식사와 함께 하는 술이라고 그 지역 술 허가증을 관리하는 위원들을 설득시켰다고 한다. 소주가 다른 술들 못지 않게 알콜 도수가 높지만 말이다.
코리아타운에서 영업하는 한국 음식점 주인들은 이처럼 소주가 분류된 것을 기뻐할 것은 물론이다. 그들은 한국인 손님들에게 소주를 팔면서 일년에 단지 200달러로 술을 팔 수 있는 허가를 받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
얼마동안은 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에서만 소주를 팔고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소주가 리커에서 제외된 것을 다른 커뮤니티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LA 지역 많은 음식점 주인들이 지금은 값이 저렴한 허가증을 받아서 소주를 팔고 있다 한다. 맥주나 포도주를 파는 음식점에서 여러 가지 소주 칵테일을 팔고 있으며, 바에서도 이 한국 술이 보드카, 진, 럼 또는 데킬라와 같은 술을 대신하고 있다 한다. 소주는 다양한 과일주스와 섞어 좋고, 소프트 드링크에 섞어도 좋고, 바에서 주로 파는 여러 가지 술과도 섞어도 좋다고 한다. 소주의 인기가 대단하다.
물론 보드카 회사들이 소주를 리커에서 제외한 분류한 법을 좋게 생각할 리가 없다. 그들은 관련법을 파기시키려고 한다. 누가 그들을 비방할 수 있겠는가. 보드카는 러시아에서 감자로 만들어진 것이고, 요즘 소주는 한국에서 고구마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소주’를 ‘쌀로 만든 포도주’(rice wine)라고 전통적으로 번역된 것이 알콜 분류 혼동의 근원이 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떤 사물에 이름을 짓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부여하는가를 되새기게 하는 실례이다.
한때 소주가 ‘rice wine’이라고 불리어 졌기에 맥주나 포도주 허가증을 가지고 있는 음식점에서 소주를 팔 수 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소주를 마시면서 포도주를 마시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소주의 알콜 함량이 24%가 보통이다. 그렇다면 러시안 보드카와 사촌이 되고도 남는다.
미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만약에 어떤 것이 오리처럼 보이면, 오리처럼 걷고, 오리처럼 소리를 내어야 오리이다”.
만약에 소주가 술처럼 보이면, 술맛이 날 것이고, 그것을 마시면 취할 것이고, 취하면 분명히 술이다. 다만 LA에 있는 정치가들이 다르게 생각하면 모르지만 말이다.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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