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서관, 왜 필요한가

2005-10-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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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독서의 계절에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싶은 욕망은 나 혼자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요새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모두 인터넷을 두드려 해결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는 아주 단편적이고 또 일정한 웹사이트의 내용만을 전해주기 때문에 객관성 있는 지식을 얻을 수는 없다. 누구에 대해서, 또는 무엇에 대해서 알려면, 역시 거기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보고 이런 저런 관점에서 연구된 해석들을 섭렵한 후 결론을 얻어야 이것이 진정한 지식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자기의 판단이 없는 인터넷의 산물인 바보가 된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우리의 관심사는 뉴스, 스포츠, 여행, 영화, 쇼핑, 취업, 건강 등 아주 상업적인 이 삼십개의 부류로 한정되어 있다. 어떻게 인간의 관심사와 세계가 그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인류의 영원한 친구인 책을 모두 사서 읽을 수는 없으니 많은 책을 소장한 도서관의 필요성이 당연히 제기된다. 우리에게 제일 가까운 작은 시립 도서관들은 책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동양서적이나 유럽 서적 등은 아직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16세기부터 프랑스에서 출판된 모든 서적과 정기 간행물을 전부 소장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처럼 한 나라의 역사적인 간행물이 전부 있는 곳도 외국 서적의 장서량이 엄청나게 많다.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국회 도서관이나 뉴욕 같은 오래된 도시의 시립 도서관, 그리고 큰 대학 도서관의 소장 장서들이 이용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곳은 멀거나 출입이 제한된 곳이 많아 우리의 일상 생활과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 서적을 보려면 도서관에 구입되기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은 일단 다 읽어보아야 그 가치를 알 수 있고 제목이나 안내 광고만 보고는 판단할 수가 없으니 책을 직접 대해야 한다. 그래서 신간 서적까지 빨리 구해 주는 초현대식 대형 도서관들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도서관의 장서는 그 나라국민의 문화 수준의 척도이다. 우리에게는 높은 수준으로 발달된 도서관 문화가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독서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이라고 말했다. 직업과 생활에 메어서 책을 못 읽는 것도 우리 중의 많은 분들의 비극이지만 사실은 TV나 쇼핑에 들이는 시간과 돈을 독서에 투자하면 인간적으로 풍요하고 깊어지며 인생의 기쁨을 발견할 것이다. 한국 책은 서점에 주문하면 사나흘이면 받을 수 있고 UC 계열 대학 도서관들의 목록은 인터넷으로 보고 가서 책을 빌려올 수도 있다. 한 국민의 문화적 성향과 수줍은 개인적인 의지와 습관을 보면 판단된다.
그리고 공권력을 가진 정부들이 문화를 모든 대중이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대형 공연장을 짓는 것보다는 여러 시들이 돈을 모아 큰 도서관을 같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공립도서관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하루 종일 문을 열어야 한다. 바쁜 시민들이 신문, 잡지를 보고 컴퓨터를 사용하고 책을 읽고 빌리려면 일하는 시간이 아닌 아침,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들이 더 문을 활짝 열기를 기대해 본다.

이연행 불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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