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이동인구 늘어나
2005-10-20 (목) 12:00:00
▶ 온갖 추억이 담겨 있는 데...
▶ 이민문제와 경제적 여건이 주요 원인
무덥던 여름이 지나 시원하게 불던 바람이 어느덧 차가움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중턱, 추억을 뒤로한 채 정들었던 시카고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 낙엽 지는 가을 풍경이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타 주 또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한인들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시카고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는 끝이 없는 것만 같아 보이는 영주권 문제와 경제적 불안정 때문.
최근 고유가 여파로 물가가 치솟고 장기불황으로 소득이 줄면서 미국 이민을 기다리는 한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늦더라도 진행되던 영주권 취업이민 문호가 아예 닫혀 버리자 귀국을 생각하는 한인들, 시카고보다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애틀랜타, 조지아 등으로 이주를 고려하는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24일 약 3년 동안 살던 정들었던 시카고를 뒤로한 채 조지아주로 이주하는 나일스 거주자 정씨(28)는 지인을 통해 조지아주에서 스카프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로 취직돼 이주를 결정했다. 월급도 괜찮고 꿈에 그리던 영주권 스폰서도 받게 되어 기쁜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시카고를 떠남에 앞서 그는 시카고를 떠나는 것은 아주 슬프다. 미국에 와서 2년 넘게 있었는데 이곳은 온갖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결혼하고 교회를 통해 가족 같은 많은 사람들을 알게 돼 시카고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의 떠나는 발걸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학생 신분에서 영주권 스폰서를 받기 위해 모 한인 업체에서 일을 시작했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밤에는 부인과 함께 식당에서 일하며 영주권을 받기 위해 힘든 일을 견뎌왔다. 그러나 최근 영주권 문호가 닫혀 7∼9년까지 영주권 취득이 후퇴했다는 소식에 희망을 잃게 됐다. 그는 귀국할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아는 분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조지아주로 가게 됐다. 조지아주가 물가도 싸고 무엇보다 새 직장에는 한인이 없다니 여기보단 나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업을 이유로 타주로 이주하는 시카고 한인들도 눈에 띈다. 뷰티 서플라이를 오픈 예정인 몰톤 그로브 최 모씨는 애틀랜타로 이주해 사업체를 열 계획이다. 그는 20∼30만불 가지고는 제대로 집 한 채 사지도 못하는데 애틀랜타는 사정이 조금 낫고 새로 이주하는 한인들도 많다는 소문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들었던 시카고를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으며 여건이 괜찮으면 시카고에 정착하고 싶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윤정철 기자>